오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파비오 루이지가 함께하는 특별연주회 Ⅱ>가 열린다. 이날 객원 지휘를 맡은 파비오 루이지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앞둔 김봄소리와 전화로 짧게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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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는 12월에 KBS 교향악단과 협연 무대에 오릅니다. 간략하게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작년 12월에 KBS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1년 만에 같은 곡으로 다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아요. 한편으로 이 곡을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지 많은 생각에 잠기기도 해요.

Q. 같은 악단과 다시 연주할 때 더 편한 분위기겠죠?

특히 KBS교향악단과는 어릴 적부터 인연이 있어요. 꾸준히 호흡을 맞춘 덕분에 오케스트라 단원부터 사무국 직원까지 친숙한 분위기를 형성해주세요. 그만큼 저를 많이 배려해주시는 악단이에요.

Q. 음악적인 요구는 어떤가요? 친숙한 악단일수록 솔리스트의 의견이 잘 반영이 되나요?

물론 친숙한 악단일수록 훨씬 더 협조적인 경향이 있죠. 특히 같은 곡을 다시 연주하게 되면 첫 연주보다 자유롭게 풀어갈 수 있는 지점이 열리거든요. 그 가능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지휘자, 악단과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Q. 이번 공연을 마치고 독일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이어 연주하십니다. 같은 곡으로 투어할 경우에는 악단과 곡 해석이 잘 조율되나요?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짧은 기간에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면 곡에서 새로운 면을 끌어내기에 수월한 경향은 있죠.

오케스트라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제 연주를 잘 들어주길 바라고 있어요. 또한, 솔리스트인 제가 발견한 음악적인 즐거움을 무대에서도 온전히 펼쳐지기를 희망하죠.

Q.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에 따라서 연주 자체가 많이 달라지죠?

제 경우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정말 많이 연주했어요. 같은 곡을 두고 많은 지휘자를 경험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죠. 특히 이 곡은 어떤 지휘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곡에서 받는 영감이 달라져요.

이번 공연에서도 지휘자와 함께 작품에서 새로운 면을 찾기를 기대해요.

Q.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와 호흡을 맞춘 적은 있나요?

이번 무대가 첫 만남이에요. 평소에 존경하던 지휘자님이라 무대가 더욱 기다려집니다. 작년 지휘자님과 KBS교향악단이 좋은 시너지를 냈다고 전해 들어서 기대가 큽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 심규태

Q. 현재 연주하는 악기의 음색을 표현해주세요.

과다니니 튜린으로 연주하고 있어요. 기본 음색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고음부에서 화려한 소리가 나요. 악기와 함께한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소리를 발견하고 있어요. 음색의 스펙트럼 또한 넓어지고 있지요.

Q. 콩쿠르 참가 시기보다 활의 면을 다채롭게 써서 연주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의도한 건가요?

콩쿠르 참가 시절보다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잖아요. 다양한 경험과 함께 음악적인 표현력이 늘어난 거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활의 사용이 유연해졌을 거예요. 의식적으로 활을 써서 특정 소리를 뽑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제가 오래 써본 올드 악기는 과다니니 가문에서 제작한 악기가 전부에요. 다른 명기를 오래 쓰게 되면 활과 악기에 대한 접근법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죠.

Q. 지난 인터뷰에서 곡이나 상황에 따라 E 현을 교체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제품을 쓰실 계획인가요?

공연 전에 현을 갈 예정이에요. 그때 E 현에 어떤 제품이 적절할지 고민해봐야겠어요.

최근에 웨스트민스터 현을 끼우면 소리가 시끄럽게 튄다고 느껴요.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현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반면 렌즈너 제품은 꾸준히 애용하죠. 때로는 피라스트로 골드를 쓸 때도 있고요.

Q. 무대에선 어떤 활로 연주하십니까? 만약 레퍼토리나 상황에 따라서 활을 달리 사용한다면 간략한 설명을 함께 말씀해주세요.

사토리 활로 연주해요.

연습할 때는 모던 활을 써보기도 했죠. 그렇지만 아직 실전 무대에서는 활을 실험해보진 않았어요. 다른 활에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사토리 활로만 무대에 오를 거예요.

Q. 사토리 활마다 음향적인 특성이 다릅니다. 현재 연주하시는 활은 어떤 소리를 내는 편인가요?

제가 쓰는 사토리 활은 소리의 중심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에요. 어느 정도 각진 소리를 내준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Q. 바둑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연주 인생을 바둑에 비유한다면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습니까?

바둑으로 치자면 지난 시간은 연습문제를 엄청나게 푼 것과 같죠. 그 과정을 거쳐 연주자로 성장했고, 이제야 실전에서 포석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 제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세계 무대에 발을 들여놓는 포지션이잖아요. 미래를 그리면서 신중하게 한 보 한 보 나아가고 있어요.

Q. 포석 단계라면 아직 계가는 어렵겠죠?

그럼요. (웃음)

지금 상황에서 앞으로 제 연주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알 수가 없겠죠. 다만 제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계속해서 고민하곤 있어요.

Q. 다음 앨범 계획은 있습니까?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다음 앨범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작전 구상’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지금 제 상황을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아요.

Q. 올해 많은 페스티벌에 참가했습니다. 내년에 재초청받은 연주회는 있나요?

올해 루체른, 하이델베르크, 드보르작, 라인가우 등 많은 페스티벌 데뷔 무대가 있었죠. 이 가운데 하이델베르크와 라인가우는 내년에 재초청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여러 페스티벌에서 협연 무대에 오르거나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에요.

Q. 내년 시즌 주요한 활동에 대해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LA 필하모닉과 할리우드 볼 무대에 올라요.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내쉬빌 심포니, 에센 필하모닉 등과 협연이 계속해서 이어져요. 또한, 내셔널 스페인 오케스트라와 마드리드 데뷔도 가질 예정이에요. 10월에 프랑스 매트 오케스트라와 한국 투어를 진행해요.

내년에도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에요.

지난 인터뷰 (2018년 1월) 미리보기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김봄소리는 금호악기은행에서 후원받은 ‘과다니니 튜린(G.B. Guadanini, Turin 1774)’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과다니니 튜린의 기본 음색은 조금 어두운 편이지만, 고음부에서 화려한 소리가 나요. 음색이 다양하고 폭도 넓은 편이죠.” 그는 연주할 때도 장점이 많은 악기라 소개했다. “과다니니 튜린은 음색 변화가 빠른 편입니다. 연주 도중에 악기에 의해서 음색이 바뀔 때도 있으니까요. 더불어 악기가 바로바로 반응해줘서 음악적으로 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어요.”

과다니니 가문 요약도

 

김봄소리는 과다니니 튜린을 쓰기 직전에 ‘주세페 과다니니(Giuseppe Guadanini, 1794)’를 후원받아 연주했다. 제작자인 주세페(Giuseppe, 1753 – 1805)는 튜린을 만든 지오반니 바티스타(Giovanni Battista, 1711 – 1786)의 아들이다. “우연히 과다니니 가문 악기를 연이어 후원받은 거죠. 과다니니 중에서도 황금기에 탄생한 악기라 감사한 마음으로 연주했죠.” 두 악기의 특성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주세페 과다니니는 볼륨이 크고 악기 자체도 큰 편이에요. 음색이 밝고 화려한 편이죠. 반면 과다니니 튜린은 말씀드린 대로 어둡고 깊은 음색을 지녔습니다.”라고 답했다.

바이올린 음색은 어떤 현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객석에서 김봄소리가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봤을 때 현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A-D-G 현은 피터 인펠트 파이 현을 사용해요. 이 현은 길들이는 시간은 짧고 수명은 긴 장점이 있는 데다가 따뜻한 음색에 볼륨도 커서 전반적으로 균형이 아주 잘 잡혔죠. 반면 E 현은 상황에 따라 교체합니다. 굵고 강한 소리를 위해서 웨스터민스터 굵은 현으로 쓸 때가 있지만, 이 제품은 음 이탈 위험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E 현으로 주로 렌즈너 제품을 쓰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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