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Q.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은 창단 20주년 맞았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오스트리아 빈 유학 시절인 1999년에 팀을 창단했어요. 우리 셋은 지금까지 1,400회가 넘는 무대에 올랐어요. 이를테면 음악과 함께 긴 여행을 한 셈이죠.

우리는 음악으로 뭉쳐서 영감을 주고받아요. 이렇게 팀 활동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어요.

Q. 베토벤 트리오 전곡 녹음을 진행하십니다. 특별히 베토벤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많은 음악인이 베토벤 전곡 레코딩을 꿈꾸고 있을 거예요. 베토벤을 클래식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작곡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는 거의 모든 창작 시기에 걸쳐서 꾸준히 다뤄졌어요.

지난 19년 동안 베토벤 트리오 레퍼토리를 수백 번 연주했어요. 또한, 수차례 전곡 프로젝트를 해왔죠. 이러한 경험을 쌓이면서 베토벤의 작품세계에 대한 통찰이 생겼어요. 이를 기반으로 우리 팀의 20주년을 기념하고자 했어요. 동시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에 맞춰서 전곡 레코딩을 도전해요.

Q. 연주회와 비교해서 레코딩에서 연주할 때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녹음할 때는 극한의 영감을 담아서 연주하기를 원하죠. 그렇지만 청중이 없이 연주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어요. 한 곡을 반복해서 녹음하게 되더라도, 녹음하는 순간에는 마지막 연주라고 생각하고 임해요.

Q. 주요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덴마크 현대 작곡가의 작품까지 다루십니다. 고전 음악과 현대음악 작품을 연주할 때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나요?

우리는 스칸디나비아의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초연해왔어요. 유명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 행운을 누리듯이 새 악보를 받는 것만으로 특별한 기분이 들어요.

고전 레퍼토리는 어느 정도는 전통에 묶여 있잖아요. 반면 현대곡을 초연할 때는 우리만의 소리와 음악으로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어요.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죠.

Q. 한국 관객에게 소개해주고픈 덴마크 현대 음악가가 있습니까?

덴마크 작곡가 ‘벤트 쇼렌센(Bent Sørensen)’을 추천해요. 우리 트리오를 위해서 곡을 많이 써주신 분이에요. 특히 삼중 협주곡 <L’Isola della Città>는 소름이 끼칠 만큼 아름다워요. 참고로 이 곡으로 벤트 쇼렌센은 2018 그로마이어 작곡상(Grawemeyer Award)을 수상했어요.

Q. 트리오가 음악적 아이디어를 조율하는 방식은 어떻습니까?

수십 번을 연주해도 항상 새롭게 다가가길 바라죠. 음악이 반복되거나 맴도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죠.

Q. 구성원이 가족으로 이뤄진 트리오 팀입니다. 음악적 동료로만 이뤄진 팀과 비교해서 어떤 점에서 유리한가요?

우리 팀은 자매와 부부로 이뤄진 관계에요. 음악 동료를 넘어서 인생의 동반자죠. 음악 연습부터 여행까지 함께 하면서 허물없이 지내고 있어요. 그만큼 더 신뢰할 수 있을뿐더러, 서로 연주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소통하죠.

Q. 연습은 주로 어떻게 하십니까? 집에서 연습하실 때도 있나요?

항상 집에서 연습해요. 집이 400미터 거리에 있어서 모이기 편하거든요. 집안에 24시간 연습할 수 있는 음악방을 마련했어요. 아이들을 재워 놓고 밤에 연주할 때도 있고, 때로는 집안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기도 하죠.

Q. 트리오가 곡을 해석할 때 주로 미시적으로 먼저 접근합니까? 큰 틀을 완성해놓고 세부적인 부분을 만들어가나요?

다함께 모여서 스코어를 읽어요. 전체 곡 구성을 분석하면서, 자신이 맡은 파트까지 파악하죠. 큰 윤곽을 바탕으로 작은 부분을 세밀하게 다루고, 역으로 세부적인 부분을 모여 큰 틀을 만드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요.

Q. (홍수진, 홍수경 연주자에게 질문을 드립니다) 오케스트라와 트리오는 연주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오케스트라에서 각각 악장과 수석을 맡고 있어요. 다른 파트와 실내악처럼 서로 들으며 연주하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지휘자와 단원의 중간 위치에서 악단을 이끌어나갈 리더쉽이 필요하죠. 반면 트리오는 세 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풀어가요. 각 구성원의 개성과 색깔이 오케스트라보다는 더 중요해요.

Q. (홍수진, 홍수경 연주자에게 질문을 드립니다) 각자 사용하시는 악기와 음향적 특성을 말씀해주세요. 또한, 현은 어떤 구성으로 쓰시는지, 제품명과 특성에 관해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홍수진 – 저는 안드레아 과르네리(Andrea Guarneri)로 연주해요. 활기차면서도 독특한 울림이 있어요. 현은 도미넌트의 비전 솔로를 쓰고 있어요.

홍수경 – 지오반니 그란치노(Giovanni Grancino)로 연주해요. 소리가 명료하게 날뿐더러 부드러운 음색을 지녔어요. A와 D 현은 야가의 슈페리얼, G와 C 현은 스피로꼬레 미디움 제품을 써요.

Q. (옌스 엘베케어 연주자에게 질문을 드립니다) ‘바이올린 피아노 듀오(Tatjana Masurenko&Jens Elvekjaer)’와 비교해서 트리오에서 연주할 때 어떤 점이 다릅니까?

프로젝트 성격의 그룹은 비교적 리허설과 활동 기간이 짧아요. 반면 우리 트리오는 같은 곡을 집중적으로 수십 번 연주할 수 있어요. 긴 호홉으로 음악적 층위를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죠.

Q. (옌스 엘베케어 연주자에게 질문을 드립니다) 특별히 추구하는 피아노 음색이 있습니까? 혹은 연주자로서 피하고 싶은 소리가 있으신가요?

생생한 피아노 소리를 추구해요. 악기를 사람의 목소리처럼 소리를 내면서 시적인 울림으로 관객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죠.

Q. 트리오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연주란 무엇입니까? 또한, 앞으로 팀으로서 이루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무대 위에서 우리 셋이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거죠. 이를 통해서 곡과 청중이 그대로 통하는 연주를 꿈꿔요. 또한, 늘 그래왔듯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레퍼토리를 계속해서 늘릴 거예요. 이렇게 활동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해야죠.

피아니스트 미켈란젤리가 70세가 넘어서 드뷔시를 친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60년 가까이 연주한 레퍼토리지만, 처음 연주하는 것처럼 즐기고 있었어요. 우리도 그렇게 매번 새롭게 가지고 놀 수 있기를 바라죠.

Q. 다가오는 한국 공연에서 하이든, 스메타나, 베토벤으로 프로그램으로 연주하십니다. 작품 소개를 짧게 해주세요.

우선 하이든의 피아노 트리오 중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작품을 다뤄요. 또한, 하이든이 실내악의 대가라 불리는 이유를 악기 간의 대화, 놀랄만한 전개, 음악적 풍미가 느껴지는 하모니에서 느낄 수 있어요.

스메타나 피아노 트리오는 작곡가의 사적인 면이 담긴 음악적 유산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대공”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특히 베토벤이 기존 작풍에서 벗아나 자신 만의 작품을 쓰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어요.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습니까?

내년 1월에 베토벤 전곡 레코팅의 마지막 음반을 녹음해요. 곧바로 독일에서 투어공연을 하고, 2월에는 미국에서 투어공연이 이어지죠.

코펜하겐 티블로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전곡 사이클과 삼중 협주곡을 연주해요. 또한, 덴마크 방송국과 협업을 토해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를 새롭게 다루는 “베토벤 줌(Beethoven Zoom)”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