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오는 11월에 <게르기예프&뮌헨필> 내한공연 무대에 협연자로 오릅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과 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마에스트로와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만남이어서 저 역시도 공연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십니다. 곡을 해석하실 때 어디에 중점을 두시고 접근하고 계시는가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 어떻게 연습을 하냐, 어떠한 표현을 하냐’ 어쩌면 난해하고 추상적인 물음인지도 모르겠어요.

우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은 리듬감도 중요할 뿐더러 체력 소모가 큰 곡이에요. 완급 조절을 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대체로 작품을 해석하실 때 악보를 중시하는 편입니까? 아니면 문헌 정보를 참고하는 비중이 높습니까?

악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작곡가의 모든 의도가 적혀 있거든요. 전체 구조부터 세밀한 프레이징까지 모두 들여다보려 해요. 

작곡가의 피아노곡뿐만 아니라 모든 편성을 공부해야 작품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또한, 작곡 당시의 인간관계나 시대상을 파악하면 작품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요.

음악적 아이디어는 주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얻는 편인가요?

작곡가가 프레이징을 통해서 어떤 감정을 들려주고 싶을까. 이렇게 고민하면서 제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에요. 또한, 감정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이러한 심리적 에너지는 일상생활에서 자극을 받기도 해요.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산책하면서 다양한 장면을 마주해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나 고령에도 정정하게 여행을 하시는 어르신 등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죠. 이렇게 길가에서 정서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해요.

피아니스트마다 선호하는 음색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음색을 선호하시나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거친 소리를 싫어해요.

피아노를 치면 같은 소리를 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상상력을 지니고 빚어내느냐에 따라서 피아노의 톤도 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굳이 설명하자면, 깊이 있고 따뜻하며 빛깔 고운 소리를 선호해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Jeremy Enlow_The Cliburn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삶은 어떤가요?

원래 저는 한곳에 머물면 무료함을 느끼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딘가에 정착하고픈 마음이 생기곤 하죠. 계속해서 이어지는 여정이 쉽지만은 않아요. 특히 장시간 비행과 잦은 시차를 겪으면서 연주 외적으로 피로가 많이 쌓여요.

결국,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잖아요.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해요.

음악인으로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있나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늘 열정으로 음악을 대하는 거죠. 지금처럼요.

공연장에서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혹은 마이스터에게 특별히 요구하는 조율 상태가 있습니까?

우선 피아노 앞에 앉아 코드를 치며 음향을 간단히 확인해요. 그날 프로그램 곡을 부분적으로 쳐보기도 하고요. 공연장 피아노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피아니스트는 최대한 이해하고 악기에서 소리를 끄집어내야 해요. 그래서 리허설을 2~3시간 하는 편이에요. 또한, 음향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으면 조율사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바로잡기도 하죠.

같은 곡으로 투어를 진행하실 때가 많습니다. 그날 상황에 맞게 해석을 조금씩 바꾸는 편인가요? 아니면 연주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편인가요?

의도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 감정에 따라 템포가 달라지기도 하고 다이내믹의 차이도 생겨요. 그렇지만 이런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로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부자연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없잖아요.

앙코르 곡이 다음 공연 프로그램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전에서 연습 차원에서 연주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팬서비스 성격인가요?

주로 앙코르는 길이가 짧은 곡으로 구성하는 편이에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다음 공연 프로그램과 겹치는 경우는 드물죠. 앙코르를 한다는 것 자체는 다음 곡들 연습 위주일 수는 없어요. 말씀하신 대로 일종의 팬 서비스도 있고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연주이기도 해요.

피아니스트는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그날 객석에 전하고 싶은 연주를 하죠. 때로는 공연 흐름에 따라서 앙코르의 곡이 더 짙은 여운을 남길 수도 있어요.

독주와 실내악에서 연주할 때는 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서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있나요?

귀를 열어두는 차이인 것 같아요. 실내악에서 남의 소리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독주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죠. 음악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도 해요.

연주자마다 음악적 성향이 다 달라요. 실내악에서 의견 충돌이 생길 때가 있기는 해요. 생각하지 않고 마찰이 생긴다면 문제겠지만, 서로 확고한 생각이 있어서 생긴 문제라서 결국엔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어요.

다양한 레퍼토리를 하시는 편이신데, 특별히 선호하시는 작곡가나 시대가 있나요?

몇 작곡가를 꼽자면 슈베르트, 브람스, 슈만, 모차르트,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테지만 슈베르트를 특히 애정해요.

슈베르트 레퍼토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나요?

흔히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라 불려요. 수많은 가곡을 쓴 만큼 노래하는 연주가 중요한 작곡가죠. 그렇지만 지나친 감정으로 노래하면 곡이 부자연스러워져요. 이를테면 슈베르트의 곡을 라흐마니노프나 쇼팽처럼 변형할 우려가 있는 거죠.

슈베르트의 곡은 슬픔이 가득하고 애잔해요. 저는 여기서 순수한 노래와 색채에 더 주목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여러 조미료를 사용하듯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아름다움을 더 드러내는 거죠. 이게 바로 슈베르트의 작품 세계라고 여겨요.

계획 중인 다음 프로젝트가 있나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내년 국내일정은 5월에 전국투어를 하고, 12월에 내한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있어요. 해외 일정으로는 1월에 일본 투어를 시작하고 2월에 홍콩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요. 더 많은 일정이 있지만, 시즌이 오픈하기 전이라서 아직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릴 순 없어요.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피아노’가 어떤 의미인지 짤막하게 말씀해주세요.

피아노는 평생의 동반자와 같아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다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듯이 제가 피아노를 정복한다거나 쉽게 다루게 되리라곤 생각지 않아요. 늘 피아노와 함께 시간을 이겨내며 더 자연스러운 멋이 흐르는 음악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