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Q. 오는 <박유신 김현정 듀오 리사이틀>에서 함께 연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박유신 – 이번 리사이틀을 구상하면서 누구를 파트너로 정할지 막막했어요. 주변에서 제 고민을 듣더니 바로 현정 씨를 추천했어요. 우리 둘이 함께 연주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해줬어요.

김현정 – 언니와 저 사이에 겹치는 지인들이 많아요. 성장 과정과 활동 반경이 달라서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같이 무대에 서고 싶었죠. 바람대로 이번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네요.

Q. 첫 리허설에서 호흡이 잘 맞았나요?

김현정 – 당연히 첫 리허설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죠. 시작하기 전까지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두 악기 소리가 잘 녹아들었어요.

박유신 – 파트너인 피아니스트를 처음 마주하면 걱정 반 기대 반이에요. 긴장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첫 연습에 임했어요. 다행히 별다른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연주가 잘 되었죠.

Q. 각자 준비한 방식이 합주에서 충돌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박유신 –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해요. 서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을 택하죠.

김현정 – 안 맞는 부분이 나올 때면, 서로 준비해온 방식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죠. 이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검토가 되거든요. 큰 이견 없이 더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결정해요.

Q. 첼로는 저음역 악기라서 피아노 소리에 묻힐 우려가 있습니다. 두 악기의 음향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가고 있나요?

김현정 – 저는 귀를 열고 소리에 의지하면서 연주해요. 자연스럽게 홀에 퍼지는 소리를 따라서 음량을 비롯한 연주 상태를 조절해 나가죠. 이번 리허설에서 언니 역시 귀가 밝은 편이란 걸 느꼈어요. 제가 연주를 바꾸면 언니가 바로 어울리는 연주로 반응했거든요.

박유신 – 첼리스트에겐 피아노와의 균형이 항상 고민거리에요. 특히 체격이 작은 제가 건장한 남성 첼리스트와 비교해서 물리적으로 큰 소리를 내기 어렵거든요. 피아니스트가 내는 소리에 묻히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한 크고 단단한 소리를 유지하려고 해요. 물론 특정 부분은 소통을 통해서 조율하기도 하죠.

Q. 어떤 기준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한 건가요?

박유신 – 평소에 미야스코프스키의 작품을 연주하고 싶었어요. 특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명곡이라서 리사이틀 프로그램으로 의미가 깊다고 여겼죠. 또한,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는 제게 애증의 곡이에요. 왜냐하면, 정말 잘 연주하고픈 작품인데 잘 소화하기 쉽지 않거든요. 도전하는 마음가짐으로 이 곡을 추가하니까 러시안 첼로라는 공통분모가 보였죠.

김현정 – 러시안 첼로를 중심으로 미야스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를 정하니까 공교롭게도 초연한 사람이 모두 로스트로포비치였어요. 로스트로포비치와 연결되는 또 다른 러시아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까지 묶으면서 재밌는 구성이 되었죠. 여기에 잘 연주되지 않는 라흐마니노프 소품곡을 추가해서 최종 프로그램을 완성했어요.

Q. 이번 프로그램은 남성 첼리스트가 초연할 목적으로 쓰인 곡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체구가 작은 첼리스트로서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죠?

박유신 – 첼로는 체격 조건을 많이 타는 악기에요. 특히 프로코피예프 작품은 건장한 남성 첼리스트라도 쉽게 소화하기 어렵거든요. 이 한 곡을 끝내면 리사이틀 전체를 소화한 것만큼이나 진이 빠져요. 그렇지만 섬세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소리를 끌어내려고 해요.

김현정 – 제 생각에도 프로코피예프 곡이 다른 곡과 비교해서 첼리스트에게 많은 힘을 요구해요. 피아노를 칠 때도 최대한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죠. 특히 이 작품은 피치카토가 많은 점을 비롯해 타악기 적인 성격이 강하거든요. 서로 도와가면서 진행할 때도 있고, 피아노를 낮추면서 첼로를 돋보이게 하는 부분도 있어요.

Q.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는 두 악기의 타이밍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연습 과정에서 이런 부분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김현정 – 이번 프로그램 중에서도 프로코피예프 첼로 소나타는 악기끼리 대화하는 듯한 부분이 훨씬 많아요. 리허설을 하면서 악기끼리 대비되는 악상을 제시하거나,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면서 주고받는 부분을 살리려고 해요.

박유신 – 특히 2악장에서 피아노와 첼로가 주고받는 느낌이 굉장히 강해요. 그래서 2악장에 중점을 두고 호흡이 잘 맞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타이밍 자체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음의 길이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면서 함께 소리를 만들어가고 있죠.

Q. 작곡가에 따라 연주법이나 표현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박유신 – 사실상 작곡가마다 연주법도 달라져요. 예를 들면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는 현대적인 주법이 쓰였어요. 또한, 곡마다 다른 감정이 필요해요. 만약 작곡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제 스타일대로 밀고 간다면, 모든 곡에서 작곡가가 아닌 제 색깔이 묻어나겠죠. 무엇보다 악보에 적힌 그대로 충실하게 따르려고 해요.

김현정 –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는 모두 당대에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잖아요. 작곡가마다 스타일이 다를뿐더러 쉽지 않은 곡이지만, 기본적으로 피아노적인 어법으로 풀어갈 수 있어요. 반면 미야스코프스키는 피아노 연주에 완전히 능숙한 작곡가가 아니에요. 피아노로 표현하기에 어색한 지점이 있어서 더 까다로워요.

Q. 두 사람이 동시에 감정을 맞춰가는 일이 어렵지 않은가요?

김현정 – 오히려 더 수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에 버금갈 만큼 넓은 음역을 다루지만, 첼로가 낼 수 있는 서정적인 울림은 낼 수 없거든요. 피아노와 첼로가 잘 맞물려 돌아가면서 오히려 감정적으로도 더 진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박유신 – 이번 공연은 러시아에서 전쟁과 혁명을 겪은 작곡가를 다루잖아요. 여기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한국 정서가 닮은 점이 있어요. 윗세대가 겪은 일이지만, 한국에서도 발생한 전쟁과 혁명이 문화적으로 계승이 되잖아요. 이러한 지점을 바탕으로 작품을 함께 파고들면 더 수월하게 감정선이 맞춰져요.

첼리스트 박유신 (ⓒJino Park)

Q. 박유신 첼리스트께서는 현재 어떤 악기로 연주하나요? 악기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세요.

박유신 – 1698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로 연주해요. 실내악을 위해 만들어진 첼로라서 소리를 키우려면 무게를 많이 실어서 켜야만 하죠. 또한, 포지션이 넓어서 손이 얇은 제가 연주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따뜻하면서도 어두운 울림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있어요.

Q. 현은 어떻게 구성해서 쓰나요?

박유신 –A, D 현은 시중에 나온 제품을 거의 다 써본 것 같아요. 악기 특성상 두 현이 너무 깊은 소리를 내면 프로젝션에 어려움이 있어요. 여러 현을 고민하며 쓰다가 라센 마그나코어로 정착했어요. 제 악기에서 선명한 소리를 내줘서 협연할 때도 적절하거든요. 나머지 현은 스피로코레 텅스텐을 써요.

Q. 연주용 활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나요?

박유신 –주로 사토리와 빼띡(Fetique)을 써요. 사토리가 볼륨은 큰 대신에 너무 밝은 소리를 내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는 따뜻하고 깊은 소리를 내는 빼띡으로 연주할 예정이에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는 두 활이 아닌 다른 활을 쓰기도 해요.

피아니스트 김현정

Q. 김현정 피아니스트는 손이 작은 편 같습니다. 러시아 레퍼토리를 할 때 불편한 점은 있나요?

김현정 – 손을 벌리면 힘겹게 10도를 짚어요. 손이 작아서 현실적으로 맞춰서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굴리는 느낌이 안 맞는 부분을 과감하게 뺀다거나, 오른손으로 진행을 도와주는 식으로 진행을 바꿔야죠.

Q. 음색에 신경을 많이 쓸뿐더러, 작곡 시대의 악기 소리를 구현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실제로 그런 점을 중시해서 연주하나요?

김현정 – 작곡가의 성향과 작곡 의도를 드러내는 게 우선이에요. 연주자인 저를 표현하는 건 차선이고요. 그래서 그 시대 분위기를 최대한 내려고 하죠. 예를 들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할 때면 작곡 당시에 맞는 뎀퍼 페달 효과를 구현하려고 하죠.

Q. 앞으로 활동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김현정 – 현재 대학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잡힌 연주 일정을 소화하고, 내년에 박사 공부를 시작하려고 해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워낙 좋아해서 연주 활동과 함께 교직까지 고려하고 있어요.

박유신 – 저는 얼마 전에 귀국해서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활동하려고 해요. 먼저, 오는 4월 폴란드 페스티벌에서 연주가 있고, 5월에는 포항시향 협연이 있어요. 10월에는 제가 음악 감독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실내악 축제가 있을 예정이에요. 10월 25일 금호아트홀 연세, 10월 2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연주해요.

첼리스트 박유신 & 피아니스트 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