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에 실림

 

Q. 10번째 정기연주회 <SLAVIC>을 앞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체코 음악으로 무대에 오르네요. 우리의 손을 거친 작품이 어떤 소리로 흘러나올지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작품마다 지닌 특유의 색채나 메시지가 청중께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고요.

우리에게나 관객 여러분에게나 기억에 남는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Q.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선정했나요?

지난 정기연주회에선 지금껏 해보지 않은 작품 위주로 다뤘어요. 음악적인 도전임과 동시에 공부가 되기도 했거든요. 마찬가지로 이번 연주회에서도 비슷한 기준으로 작품을 추리다 보니 체코 음악이란 공통점이 생겼어요.

특별히 체코를 대표하는 음악 중에서 한국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곡으로 선정했어요.

Q.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우리가 드보르작의 ‘아메리칸’이나 후기 현악사중주 작품은 자주 연주했지만, 이번에 선정한 ‘현악사중주 7번’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이번 기회에 좋은 작품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선정했죠. 또한, 스메타나의 작품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체코 음악에서 상징적인 곡이에요.

마지막으로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1번과 2번 중에서 어떤 곡을 무대에 올릴 것인지 고심을 많이 했어요. 전체 프로그램 구성상을 고려해서 1번을 택했죠. 드보르작과 스메타나를 연결하는 느낌으로 1번의 분위기가 더 잘 어울렸어요.

Q. 체코 음악의 특징을 설명해줄 수 있나요?

체코 음악의 선율에는 민속적인 요소가 있어요. 정서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화성과 선율이 작품의 주를 이루죠. 또한, 그들의 풍경이 담겨 있기도 해요. 도시의 야경이라든지 강물의 움직임에서 오는 정서가 작품에서 느껴지죠. 체코의 자연이 음악에 많이 반영되었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이번 정기음악회에서 다룰 작품 역시 체코적인 풍경을 상상하면서 연주하곤 해요.

Q.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단조곡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당시 두 작곡가의 연령대가 다릅니다. 곡을 해석할 때 작곡가의 나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풀어가는 편인가요?

누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감정의 폭이 달라지잖아요.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성숙해지듯이 작곡가의 작품 세계 또한 그런 면이 있어요.

지금 우리 나이보다 더 연륜이 있을 시기에 탄생한 작품을 다룰 때는 직관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있어요. 그렇지만 작품을 분석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그 뜻을 유추하곤 하죠. 이렇게 작품이 내포한 감정이나 영적인 울림을 어떤 과정으로 옮겨졌을지 계속해서 고민해요.

Q. 야나체크는 톨스토이의 희곡 ‘크로이처 소나타’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현악사중주 1번을 작곡했습니다. 원작 희곡과 곡이 어떤 접점이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요?

톨스토이 원작이 다룬 주인공 간의 사랑이나 집착이 야나체크의 시각과는 분명 다르긴 달랐어요. 야나체크가 원작을 바탕으로 저만의 음악으로 표현했지만, 기본적으로 이 곡은 사랑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해요.

이 작품에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과 사랑, 집착과 파멸까지 고스란히 나타나요. 특히 죽은 주인공에 대한 동정이나 반감을 곡에 어느 정도 담겨 있을 거예요. 객석에서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시면 훨씬 흥미롭게 감상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Q. 야나체크 현악사중주 1번은 템포 변화가 잦은 데다가, 같은 지시어라도 메트로놈 마킹이 조금씩 다르게 표기되었습니다. 이번 연주에서도 이런 부분을 엄격하게 지킬 예정인가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악보는 그와 가까웠던 스캄파라가 편집했어요. 그래서 말씀하신 야나체크의 원전 악보와 다른 점이 많아요. 특히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연주하기 수월하게 수정되었죠.

스캄파라 에디션을 기반으로 연주할 때가 훨씬 편해요. 그렇지만 원전 악보인 베렌라이터 에디션을 통해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를 병행했어요. 어느 선까지 원작자의 의도를 반영해야할 것인지 고민했죠. 주변 분들에게도 많은 자문을 구하기도 했고요. 아마도 템포 마킹에 대해서는 작곡가 원래 의도를 더 따르게 될 것 같아요.

Q. 이번 공연에서 원전 연주에 가깝게 연주할 예정인가요? 아니면 팀 색깔에 맞게 해석에 많은 것을 가미할 예정인가요?

이번 공연에서 연주 원전 연주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그저 우리가 내는 소리 자체가 이미 노부스의 색깔이 묻어있는 거죠. 작곡가의 감흥을 우리가 연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집중할 뿐이에요.

우리만의 해석에 대해 고민하고 특별히 아이디어를 많이 가미하지 않아도 이미 듣는 분들에겐 노부스의 음악이 되니까요.

Q.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은 상대적으로 악보의 지시가 간단한 편입니다. 이런 경우에 해석에서 더 자유로운 면은 있나요?

표현이 순간순간 변하는 지점이 많을뿐더러 곡의 특성상 유추나 상상이 쉬운 편이죠. 아무래도 해석에 있어서 다른 곡들과 비교해서 자유롭고 편한 측면이 있긴 해요.

Q. 공연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홀에서 소리가 어떻게 울릴지 파악해야죠. 활을 켰을 때 소리가 얼마만큼 날 것인지와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지를 점검해요.

Q. 작년에 비올리스트 김규현 씨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있나요?

11년을 함께한 팀에 새로운 연주자가 합류하는 거잖아요. 기존 멤버나 새 멤버나 서로 간에 힘든 부분이 없을 수는 없죠.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춰간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끔 활동하고 있어요. 힘든 부분보다는 오히려 긍정적 효과에 더 집중하는 편이고요.

Q. 한 무대에서 악기별 음량 균형점이 무너진 채로 시작했다가 1악장 도중에 바로 잡아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우리 넷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리허설 시작부터 공연을 마칠 때까지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죠. 소리의 균형은 홀이나 연주 환경에 대한 부분에서 접근하기 이전에 음악 그 자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에요. 항상 넷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맞춰가요.

Q. 콩쿠르 도전 당시에 좋지 않은 악기로 도전해서 성과를 냈습니다. 주로 어떤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으며, 현재와 같이 좋은 악기를 쓸 때 어떤 점에서 유리한지 함께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좋지 않은 악기란 표현이 아마 모던 악기를 썼을 때를 말씀하신 것 같네요. 모던 악기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지만, 무대에 따라 프로젝션이 좀 아쉬울 때가 있었어요. 또한, 올드 악기가 자아내는 특유의 울림과 비교해서 조금 아쉬운 소리가 나기도 했죠.

반면 좋은 악기는 원하는 소리를 만들 때 조금 더 수월해요. 악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울림을 이용해서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죠. 또한, 원하는 소리를 내는 과정이 수월해지면 심지어 테크닉도 바뀔 수 있어요. 몸으로 반응을 신경을 써가면서 연주했을 때보다는 힘을 빼고 활을 켤 수 있거든요.

Q. 정기연주회 이후에 주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올해 12월 슈트트가르트 리더할레에 데뷔해요. 내년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서 주로 그의 작품들을 많이 다룰 것 같아요. 1월 본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이자벨 파우스트와 장 기엔케라스 알렉산더 멜니코프와 함께 무대에 올라요.

6월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데뷔도 예정되어 있죠. 라인가우 페스티벌 마르바오 페스티벌 ,메클런부르크 포어폼멘 페스티벌, 바르셀로나 퀄텟 비엔날레 등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뮌헨 파리 드레스덴 등 여러 도시에서 연주해요.

Q. 마지막으로 음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올해 이미 두 장의 앨범을 연달아 발매했어요. 이제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에요. 곧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음 좋겠네요.

노부스 콰르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