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Q. 순회공연 <박규희의 스페인 기타여행>이 다시 열립니다. 반년 만에 다시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먼저 <박규희의 스페인 기타여행>을 제안해 주셨어요. 지난 순회공연과 같은 주제로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되었네요. 고향인 인천에서 제가 좋아하는 스페인 음악을 연주하게 되어 기뻐요.

Q. 지난 순회공연과 비교해서 프로그램 일부가 변경되었습니다. 짤막하게 소개해주세요.

이번에 그라나도스의 ‘시적 왈츠’를 새롭게 넣었어요. 이 작품은 원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지만, 현대에는 기타로 편곡한 버전이 더 널리 사랑받고 있어요. 또한,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 알베니즈의 곡을 지난 프로그램보다 3곡 더 추가했어요

Q. 피아노곡을 기타에 맞게 편곡해서 연주했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피아노는 열 손가락을 활용해서 연주하잖아요. 기타는 여섯 줄이지만, 실제로 지판을 동시에 짚을 수 있는 건 네 손가락이에요. 또한, 기타는 피아노만큼 넓은 음역을 다루지 못해요. 이런 이유로 기타 솔로로 피아노 작품을 치려면 필연적으로 음을 빼고 주요 선율과 화음을 살려서 연주해야 해요.

Q. 스카를라티 작품은 하프시코드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같은 건반 작품을 편곡해서 연주할 때도 원래 악기 소리에 맞게 구현하는 편인가요?

원곡에 가까운 느낌을 내려고 해요. 하프시코드 작품을 기타로 연주할 때는 건반을 뜯는 느낌을 살리고, 피아노곡을 편곡해서 다룰 때는 현을 두드리듯이 기타줄을 튕기죠.

기타도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화성악기에요. 그렇지만 피아노처럼 넓은 스케일의 음악을 자유롭게 다루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피아노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기타로 어떻게 옮겨내야 할지 상상하곤 해요.

Q. 지난 서울 공연에서 트레몰로 주법이 쓰인 곡을 계속해서 연주했습니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구성하면 힘들지 않나요?

제 손이 트레몰로 주법을 구사하기에 적합해요. 작고 가는 손일수록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

트레몰로는 손가락을 흘리듯이 줄을 계속해서 튕겨야 해요. 힘이 세고 손이 큰 사람들은 뚝뚝 끊어지기 쉬워요. 어떤 면에선 여성 연주자가 트레몰로를 구사하기 유리해요.

Q. 인천 공연에서 직접 해설을 하나요? 그렇다면 대본을 미리 준비하세요?

이번에도 연주하기 전에 작품 설명을 곁들일 예정이에요. 사실 대본을 포함해서 더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공연 전에 그럴만한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어요.

Q. 인천 공연 이후에도 <박규희의 스페인 기타여행>은 계속되나요?

인천에서 스페인 기타 여행은 막이 내려요. 당분간 콘서트 프로그램을 스페인 음악으로만 채우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스페인 작품은 계속해서 비중 있게 다룰 수밖에 없어요.

클래식 기타에서 스페인 음악은 정말로 주요한 레퍼토리에요. 또한, 좋아하는 곡으로 콘서트 프로그램을 꾸며도 스페인 작품이 꽤 들어가죠. 내년 콘서트에서도 스페인 기타곡을 많이 연주할 거예요.

Q. 오는 29일에 <더 하우스 콘서트> 무대에 오르십니다. 이날 연주할 바흐의 샤콘느는 직접 편곡하세요?

중학교 2학년 때 세고비아가 편곡한 샤콘느 악보를 봤어요. 덕분에 바이올린 원곡인 샤콘느를 기타로 연주할 수 있었죠.

지금까지도 큰 틀에서 세고비아 편곡에 동의하지만, 화음이 많이 쓰인 점을 비롯해서 원곡의 느낌과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세고비아 편곡을 기본으로 제 스타일에 맞게 살짝 고쳐서 연주해요.

Q. 바흐의 샤콘느를 다듬을 때 조성 변화에 더 신경을 썼나요? 아니면 변주에 초점을 맞춰서 접근했나요?

조성에 따른 분위기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고비아 편곡 자체가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되었고, 여기에 가미한 제 스타일 역시 거시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썼어요.

기타가 지닌 큰 매력은 바로 색깔이 다양하단 점이에요. 음색을 조금만 바꿔도 곡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연습에 임할 때도 기타의 다채로운 감흥을 즐기곤 해요.

Q. 더 하우스 콘서트에서 마이크와 엠프 없이 연주하시죠? 이런 경우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나요?

오히려 마이크와 엠프가 있을 때 더 신경을 써요. 아무래도 음향기기를 거치면 소리가 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반면 기타 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환경에서는 제가 의도한 음악이 그대로 나와요. 연습 때 가다듬은 대로 공연장에서 연주할 수 있어요.

하우스 콘서트는 작은 공간에서 열리기 때문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에요. 그래서 더 친숙한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원래 클래식 기타가 지닌 음량은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하거든요. 이를테면 옆 사람이 말을 걸어오듯이 자연스럽게 기타의 울림을 전해질 거에요.

Q. 오는 8월에는 ‘제5회 대한민국국제기타페스티벌’ 매인 콘서트에 참가합니다. 이날 무대에서 어떤 곡을 연주하세요?

두 아티스트가 1부와 2부를 나눠서 진행하는 하프 콘서트 형식으로 열려요. 제가 무대에서 연주할 시간은 40분 내외가 될 예정이에요.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추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 샤콘느와 함께 알베니즈와 스카를라티 소나타를 함께 연주하지 않을까요.

Q. 스카를라티 건반 소나타를 기타로 편곡해서 자주 다루셨습니다. 전곡에 도전할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물론 스카를라티 소나타 전곡에 도전하고 싶죠. 그렇지만 기타 솔로 곡으로 담아내기에 거의 불가능한 곡이 있어요. 이러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레퍼토리를 넓히고 있어요..

만약 제가 듀오 파트너를 찾는다면 스카를라티 소나타 전곡을 기타로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요.

Q. 기타 듀오는 솔로에 비해서 어떤 점이 유리한가요?

쉽게 말해 기타 두 대가 피아노의 오른손과 왼손처럼 움직이는 거죠. 두 사람이 선율과 반주를 나눠서 연주할 수 있으니까 피아노곡부터 실내악 작품까지는 대부분 기타 편곡이 가능해요. 때로는 오케스트라 편성까지도 기타로 표현할 수 있어요.

솔로 활동만 하면 다루지 못하는 레퍼토리가 많아요. 그래서 저와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 듀오 활동을 병행하고 싶어요.

Q. 기타 페스티벌 이후에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하모니시스트 박종성과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포함해 크리스마스 순회 공연을 가질 예정이에요.

그때까지는 주로 스페인과 일본을 오가면서 공연해요.

Q. 다음 음반은 언제쯤 나오나요?

내년에 데뷔앨범 10주년을 맞이해요. 일본과 한국에서 기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또한, 같은 시기에 맞춰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박규희의 기타 (2018년 4월 인터뷰)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Nam yun-ho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제작한 기타로 연주를 하시잖아요. 이 기타는 음향적으로 어떤 특색을 지녔나요?

소리가 영롱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음색이 따뜻하거나 두껍다고 하는 차원을 넘어서 소리에서 색채가 보이는 듯해요.

다니엘 프리드리히에게 받은 기타는 음색이 다양한 편입니까?

기타를 칠 때 손톱 각도에 따라서도 소리의 색깔이 확 달라지곤 해요. 그만큼 연주에 다양한 감정을 실을 수 있어요. 같은 음을 내더라도 줄의 어느 곳을 치는지에 따라서 미묘한 감정의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 있거든요.

미세한 차이로 음색이 달라진다면 그만큼 다루기 어렵지는 않은가요?

같은 프레이즈 안에서 통일된 음색을 내고 싶을 때 어려운 점이 있었죠. 손가락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음색이 확확 변하니까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터치로 쳐야 음색도 일관되게 나와요. 이런 점을 포함해서 악기에 제대로 적응하기까지 약 1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다니엘 프리드리히는 고령에 접어들고 기타를 거의 만들지 않았습니다. 새로 만든 기타를 받으신 건가요?

새 악기로 받았어요. 이 일이 소문난 덕분에 제가 유럽 기타계에 알려지기도 했죠. 당시에 어딜 가도 ‘정말로 프리드리히한테 받았어?’ ‘내가 이 기타를 쳐봐도 돼?’ 하며 제 악기에 관심을 보였거든요.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명제작자로 알려진 뒤에는 유명 연주자에게만 기타를 만들어줬다고 해요. 예외적으로 제가 학생일 적에 흔쾌히 기타를 만들어 주신 거죠. 말씀하신 대로 그분이 고령에 접어들고 기타 제작을 거의 안 하셨던 상황이라, 제게 만들어주신 기타가 더 화제가 되었죠.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손 모양이나 체형에 맞춰서 제작했나요?

제작자로서 철학과 기타의 이상적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악기 사이즈 자체를 줄이거나 변형하지는 않으셨어요. 다만 제 손이 작다는 점을 고려해서 기타 넥을 짚기 편하게 다듬어 주셨죠.

현재 기타 현은 어떤 제품을 쓰고 계시는가요?

기타에서 2~3번 줄은 먹먹한 소리가 나는 경향이 있어요. 이 점을 고려해서 2-3번에는 소리가 강한 ‘사바레즈(카본)’을 써서 보완하죠. 여기에 맞춰서 1번을 부드러운 특성을 지닌 ‘어거스트 리갈’을 써요. 이렇게 1~3번 줄을 구성하면 음향적으로 균형이 잘 맞거든요.

개인적으로 4~6번은 배음이 풍부한 소리를 선호해요. 웅웅거리는 소리는 잘 내기 위해서 ‘사바레즈(칸티가)’나 ‘어거스틴 블루’를 써요.

지난 인터뷰 전문보기

박규희의 기타 (2019년 1월 인터뷰)

순회공연 <박규희의 스페인 여행>을 여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스페인을 굉장히 좋아해요. 또한, 스페인 음악은 기타의 정서를 잘 대변할뿐더러 주요한 기타 레퍼토리를 관통하죠. 스페인 음악을 주제로 앨범을 내거나 해외에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순회공연 리사이틀을 여는 건 처음이에요.

이번 순회공연이 열리는 시기도 고려했나요?

곧 근거지를 스페인으로 옮겨요. 스페인 현지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면서 음악 활동 겸 공부를 할 예정이에요. 다시 스페인으로 가기 전에 마음을 다질 겸 한국 관객에게 그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과거에도 스페인에서 공부하신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부분이 음악적으로 와 닿았나요?

스페인 도시를 여행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스페인 작품 중에는 지역 이름이나 특정 장소를 주제로 삼은 곡이 있거든요. 가보지 않은 곳을 상상하면서 연주하다가 직접 그 장소에 가면 음악적으로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게 있어요. 아무래도 풍경을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해석과 연주에서도 더 자신감이 붙죠.

스페인 음악에서 드러나는 정서가 무엇인가요?

흔히 스페인을 ‘정열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 스페인 음악에서 플라멩코 댄스와 투우 등으로 상징되는 스페인의 정서를 느끼죠. 그렇지만 마냥 열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스페인 사람들이 밝고 상냥하지만, 때로는 통 크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보여줘요.

마찬가지로 스페인 음악에서 열정적인 정서와 함께 절도 있는 리듬을 잘 구현해낼 수 있어야 해요.

스페인은 도시별로 문화가 독특합니다. 음악에서 그런 특징이 묻어나나요?

스페인 음악은 시대와 작곡가에 따라 음악적 특징이 나뉘어요. 다만 안달루시아 지방은 특유의 음악적인 색깔이 있어요. 집시의 춤인 플라멩코를 비롯해 토속적인 정서가 음악에 그대로 묻어나거든요. 가장 스페인다운 음악을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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