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순회공연 <박규희의 스페인 여행>을 여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 스페인을 굉장히 좋아해요. 또한, 스페인 음악은 기타의 정서를 잘 대변할뿐더러 주요한 기타 레퍼토리를 관통하죠. 스페인 음악을 주제로 앨범을 내거나 해외에서 활동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순회공연 리사이틀을 여는 건 처음이에요.

이번 순회공연이 열리는 시기도 고려했나요?

곧 근거지를 스페인으로 옮겨요. 스페인 현지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면서 음악 활동 겸 공부를 할 예정이에요. 다시 스페인으로 가기 전에 마음을 다질 겸 한국 관객에게 그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과거에도 스페인에서 공부하신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부분이 음악적으로 와 닿았나요?

스페인 도시를 여행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스페인 작품 중에는 지역 이름이나 특정 장소를 주제로 삼은 곡이 있거든요. 가보지 않은 곳을 상상하면서 연주하다가 직접 그 장소에 가면 음악적으로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게 있어요. 아무래도 풍경을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해석과 연주에서도 더 자신감이 붙죠.

스페인 음악에서 드러나는 정서가 무엇인가요?

흔히 스페인을 ‘정열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 스페인 음악에서 플라멩코 댄스와 투우 등으로 상징되는 스페인의 정서를 느끼죠. 그렇지만 마냥 열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스페인 사람들이 밝고 상냥하지만, 때로는 통 크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보여줘요.

마찬가지로 스페인 음악에서 열정적인 정서와 함께 절도 있는 리듬을 잘 구현해낼 수 있어야 해요.

스페인은 도시별로 문화가 독특합니다. 음악에서 그런 특징이 묻어나나요?

스페인 음악은 시대와 작곡가에 따라 음악적 특징이 나뉘어요. 다만 안달루시아 지방은 특유의 음악적인 색깔이 있어요. 집시의 춤인 플라멩코를 비롯해 토속적인 정서가 음악에 그대로 묻어나거든요. 가장 스페인다운 음악을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 프로그램을 구상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공연 프로그램에서 특정 곡이 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공연 분위기와 주제에 맞게 곡과 순서를 정하죠. 같은 곡들을 들려주더라도 배치에 균형감이 있어야 음악을 더 설득력 있게 전해드릴 수 있어요.

스카를라티 작품은 직접 편곡한 적이 있으신데, 이번 공연에서 같은 버전으로 연주하나요?

과거에 제가 한 편곡에서 악보 자체를 변형하진 않았어요. 다만 즉흥적으로 연주회 분위기에 따라 장식음이 더해지는 정도는 차이가 있을 거예요.

피아노곡을 기타에 맞게 편곡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피아노는 열 손가락을 활용해서 연주하잖아요. 기타는 여섯 줄이지만, 실제로 지판을 동시에 짚을 수 있는 건 네 손가락이에요. 또한, 기타는 피아노만큼 넓은 음역을 다루지 못해요. 이런 이유로 기타 솔로로 피아노 작품을 치려면 필연적으로 음을 빼고 주요 선율과 화음을 살려서 연주해야 해요.

만약 기타로 피아노곡의 규모를 살리려면 듀오나 콰르텟처럼 편성을 늘려야죠.

이번 공연에서 다루는 타레가와 알베니즈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습니다. 두 작곡가의 음악적인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요?

타레가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예요. 그렇지만 타레가는 쇼팽을 비롯한 여러 피아노 작품을 동경했어요. 실제로 타레가가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만큼 건반 악기에 익숙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타레가 작품은 기타곡이지만 피아노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많아요.

반면 알베니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예요. 그렇지만 기타를 떠올리면서 피아노 작품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알베니즈의 피아노곡을 기타로 편곡해서 더 많이 연주되고 있어요. 타레가와는 상반된 작품 세계를 지닌 것이죠.

기타는 피아노와 비교해서 구조상 다이내믹을 살리기에 쉽지 않죠?

어떻게 보면 다이내믹은 기타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해요. 피아노는 현을 해머로 두드리며 음량의 폭을 넓히고 페달까지 활용하잖아요. 그렇지만 기타는 구조상 레가토가 되지 않아요. 또한, 바이올린처럼 한 음을 크레센도로 구사하지 못하고 무조건 음량이 줄어들기만 하죠. 이런 부분에선 한계가 있어요.

반면 기타는 피아니시모에서 강점이 많은 악기에요. 정말 작은 소리로 이목을 끌어당기는 힘을 지녔죠.

며칠 간격으로 같은 곡을 연주할 때는 분위기 따라 감정이나 해석이 달라지나요?

연습할 때마다 감정연습을 많이 해요. 특히 프레이즈에 신경을 많이 써요. 이렇게 연습을 실전처럼 임하면서 가다듬어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연주회에서 감정이 달라진다거나 해석이 틀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다만 홀이 달라지면 템포 정도는 조절하죠. 너무 건조한 홀은 음마다 잔향이 짧아서 템포를 빠르게 처리해야 효과적일 때가 많아요. 무대에서 마음이 급해지는 일이 생기는 거죠. 홀에 따라 연주가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있기는 있어요. 좋은 홀에서 연주하고픈 이유죠.

이번 순회공연 중에 통영 윤이상 기념관에서 공연하셨습니다. 정식 공연장인가요?

윤이상 공연장은 정식 공연장은 아니에요. 무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구조의 복합 공간이에요. 그렇지만 수용인원이 약 100명 정도로 적을뿐더러 어쿠스틱이 좋아서 기타 연주에 적합해요. 음향기기 없이 공연해도 될 만큼 울림도 괜찮았어요.

이미 광주, 대구, 통영 순으로 공연을 하셨습니다. 한 달 가까이 지나서 서울 공연이 열리는데,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요?

서울 공연은 플루티스트 최나경 언니가 합류해요. 또한, 일부 프로그램이 추가될 예정이에요. 동명의 순회공연이지만, 서울 공연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요.

지난 10월에 최나경 씨와 듀오 공연을 하셨습니다. 당시에 호흡이 잘 맞았나요?

최나경 언니와는 마음이 잘 통했어요. 우리는 외국에서 오래 산 경험을 비롯해 공통점이 많았거든요. 연습 내내 한 곡 끝나면 수다를 떨면서 서로를 알아갔어요. 이렇게 잘 맞으니까 음악적인 아이디어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맞춰지기도 했어요.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Nam yun-ho

파트너인 최나경 씨의 음악은 어떤가요?

나경 언니의 플룻은 풍부한 색채를 지녔어요. 특히 어떤 아이디어를 그대로 음색으로 표현해내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무대에서 제가 기타 반주를 하면서도 플룻의 선율에 빠져들었어요. 제 감정 깊숙한 곳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연주였거든요.

이번 순회공연 이후 국내 일정을 소개해주세요.

해외 일정을 보낸 후 다시 한국에 오는 것은 7월이에요. 제 고향이기도 한 인천에서 연주가 있을 예정입니다. 연말에도 아마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연에 오시는 관객께 하실 말씀은 있나요?

객석에 계신 분께선 제게 돈과 시간을 투자해주신 거잖아요. 늘 공연장에 오신 분들께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죠. 이번 공연은 스페인 음악에서도 기타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했어요. 음악으로 서로 즐기고 교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

박규희의 기타 (2018년 4월 인터뷰)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Nam yun-ho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제작한 기타로 연주를 하시잖아요. 이 기타는 음향적으로 어떤 특색을 지녔나요?

소리가 영롱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음색이 따뜻하거나 두껍다고 하는 차원을 넘어서 소리에서 색채가 보이는 듯해요.

다니엘 프리드리히에게 받은 기타는 음색이 다양한 편입니까?

기타를 칠 때 손톱 각도에 따라서도 소리의 색깔이 확 달라지곤 해요. 그만큼 연주에 다양한 감정을 실을 수 있어요. 같은 음을 내더라도 줄의 어느 곳을 치는지에 따라서 미묘한 감정의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 있거든요.

미세한 차이로 음색이 달라진다면 그만큼 다루기 어렵지는 않은가요?

같은 프레이즈 안에서 통일된 음색을 내고 싶을 때 어려운 점이 있었죠. 손가락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음색이 확확 변하니까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터치로 쳐야 음색도 일관되게 나와요. 이런 점을 포함해서 악기에 제대로 적응하기까지 약 1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다니엘 프리드리히는 고령에 접어들고 기타를 거의 만들지 않았습니다. 새로 만든 기타를 받으신 건가요?

새 악기로 받았어요. 이 일이 소문난 덕분에 제가 유럽 기타계에 알려지기도 했죠. 당시에 어딜 가도 ‘정말로 프리드리히한테 받았어?’ ‘내가 이 기타를 쳐봐도 돼?’ 하며 제 악기에 관심을 보였거든요.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명제작자로 알려진 뒤에는 유명 연주자에게만 기타를 만들어줬다고 해요. 예외적으로 제가 학생일 적에 흔쾌히 기타를 만들어 주신 거죠. 말씀하신 대로 그분이 고령에 접어들고 기타 제작을 거의 안 하셨던 상황이라, 제게 만들어주신 기타가 더 화제가 되었죠.

다니엘 프리드리히가 손 모양이나 체형에 맞춰서 제작했나요?

제작자로서 철학과 기타의 이상적인 구조가 있기 때문에 악기 사이즈 자체를 줄이거나 변형하지는 않으셨어요. 다만 제 손이 작다는 점을 고려해서 기타 넥을 짚기 편하게 다듬어 주셨죠.

현재 기타 현은 어떤 제품을 쓰고 계시는가요?

기타에서 2~3번 줄은 먹먹한 소리가 나는 경향이 있어요. 이 점을 고려해서 2-3번에는 소리가 강한 ‘사바레즈(카본)’을 써서 보완하죠. 여기에 맞춰서 1번을 부드러운 특성을 지닌 ‘어거스트 리갈’을 써요. 이렇게 1~3번 줄을 구성하면 음향적으로 균형이 잘 맞거든요.

개인적으로 4~6번은 배음이 풍부한 소리를 선호해요. 웅웅거리는 소리는 잘 내기 위해서 ‘사바레즈(칸티가)’나 ‘어거스틴 블루’를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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