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현재 어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나요?

‘까를로 주세페 떼스토레(Carlo Giuseppe Testore)’가 제작한 1724년산 바이올린을 쓰고 있어요. 참고로 이 악기는 떼스토레 부자가 합작으로 만들었어요.

까를로 주세페 떼스토레는 상판을 비롯한 악기에서 중요한 부분만 완성한 채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아들인 ‘빠올로 안토니오 떼스토레(Paolo Antonio Testore)’가 작업을 이어 받아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해요.

까를로 주세페 떼스토레의 음향적 특성은 어떻습니까?

일단 음량 자체가 큰 악기는 아니에요. 굳이 구분하자면, 조금 어두운 색깔을 지녔어요. 그렇지만 섬세한 바이올린이에요. 아기자기한 소리부터 다양한 색깔을 뽑아낼 수 있어요.

섬세한 바이올린이라면 연주할 때 악기가 민감하게 반응하나요?

악기가 섬세하지만 예민하지는 않아요. 조금만 변화를 줘도 바로바로 반응하지만, 제가 원하는 대로 소리가 나도록 악기가 잘 받쳐주거든요.

바이올린 현은 어떻게 쓰나요? 현재 쓰시는 조합을 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에바피라찌 제품을 썼어요. 늘 처음 쓰던 대로 한 줄만 고집한 거죠. 그렇지만 여러 바이올린을 접하면서 현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어요.

한 바이올린과 에바피라찌 현은 상극이었어요. 비유하자면 자석의 같은 극끼리 서로 밀어내듯 악기와 현 모두 자기 색이 강했던 거죠. 조금 연한 현을 찾게 되면서 다양한 제품에 눈이 갔어요. 현재는 도미넌트 현을 쓰고 있어요.

주로 소리를 만들어가듯 연주하는 타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도미넌트 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주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요?

맞아요. 악기가 지닌 고유의 소리를 살리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원하는 소리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제 연주 성향과 지금 쓰는 악기의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도미넌트 현이 적합했어요. 도미넌트 현을 쓴지도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만족해요.

E 현도 도미넌트로 통일해서 쓰나요? 아니면 다른 제품을 조합해서 연주하나요?

E 현은 피라스트로 올리브 골드를 써요. 제품 특성은 밝고 찬란하다고 해야 할까요? E 현을 이렇게 구성하면 나머지 도미넌트 현과 전체적인 균형이 잘 맞아요.

연주용 활은 어떻게 구성해서 쓰나요?

개인적으로 활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이름난 활들은 아니지만, 다양하게 구성해서 쓰고 있어요. 즉 레퍼토리에 따라서 여러 활을 바꿔가며 연주해요.

어떤 기준으로 활을 바꿔가며 연주하나요?

대체로 모차르트를 비롯한 밝은 분위기의 작품에서 가벼운 활을 써요. 또한, 협주곡과 큰 음량이 필요할 때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활을 택하죠. 물론 활을 고르는 기준은 상황에 따라 더 다양하지만요.

공연 프로그램에 상반된 레퍼토리가 섞여 있을 때는 활을 어떻게 쓰나요?

합의점을 찾아야죠. (웃음)

한 공연에서 여러 활을 바꿔가면서 연주하는 건 선호하지 않아요. 그렇게 활을 써서 연주한 적도 있지만, 무대에서 불편하더라고요. 주로 가벼운 활로 통일해서 연주할 때가 많아요. 다루기 편해서 범용성이 좋거든요.

큰 홀에서 전달력과 표현력 가운데 어디에 더 중점을 두나요?

둘 다 빼놓을 수 없게 중요하죠. 대체로 소리가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확인을 하고 소리를 입히는 과정에 들어가요.

작은 홀에서 연주할 때와 비교해서 대형 콘서트홀에서는 보잉이 달라지나요?

큰 홀에서 연주할수록 더 소리를 내려고 바뀌는 부분이 있기는 있어요. 먼 좌석에 계신 청중의 귀까지 고려하면서 무게를 담아서 활을 긋죠. 그렇다고 연주법이 크게 바뀌지는 않아요.

솔로 연주와 실내악 팀에서 연주가 다른가요?

콰르텟은 4인 모두 하나의 소리를 내야 하잖아요. 제가 퍼스트 바이올린을 맡아도 소리가 잘 스며들게 활을 써왔거든요. 이게 습관이 되니까 독주에서도 실내악에서 연주할 때처럼 힘을 빼면서 연주했어요.

실내악과 솔로 무대에서 연주법 자체가 달라져요. 예전에는 바로바로 무대에 맞게 전환이 되질 않아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경험이 쌓여서 나아졌지만, 앞으로 더 순조롭게 적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는 <김영욱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임현진과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듀오 무대에서 파트너인 피아니스트를 고르는 기준을 말씀해주세요.

듀오에서 두 악기의 비중이 같아야 한다거나 피아노가 잘 받쳐줘야 한다는 식의 고정된 관념은 없어요. 곡과 상황에 따라서 피아노가 받쳐줄 땐 받쳐주고, 주도할 땐 주도하면서 상황에 완벽히 대응하는 걸 원하죠.

피아니스트 임현진 씨는 솔로와 실내악 모두 경험이 많아요. 더불어 학교 선후배로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 호흡이 잘 맞기도 하죠.

듀오 무대를 앞두고 제한된 시간을 활용해서 곡을 구축할 때는 어떻게 접근합니까?

시간이 촉박할 때면 큰 틀을 먼저 확인한 뒤에 중요한 지점부터 잡아요. 그렇지만 이번 리사이틀은 편하고 재밌게 준비하고 있어요. 파트너인 임현진 씨와 공연 프로그램 곡을 함께 공연했던 적이 있거든요.

이번 <김영욱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나요?

슈만의 3개의 로망스를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슈만을 기점으로 연관된 작곡가의 작품을 하나씩 이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슈만에서 브람스가 떠오르고, 브람스에서 그리그가 나오듯이요.

선호하는 레퍼토리가 있나요?

요즘은 슈만을 비롯한 독일 레퍼토리를 즐겨 들어요. 그렇지만 연주할 땐 답답한 작품이 있어요. 작곡가가 의도한 이상적인 지점까지 도달하고 싶은데 제 연주가 따라가질 못하는 거죠. 연륜이 생기고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곡이 있기도 하고요.

반면에 나쁜 습관이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연주가 잘 풀리는 곡이 있어요. 개인적으론 진하고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을 선호하지만, 주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다루기가 수월한 편이에요. 감상과 연주에서 선호하는 레퍼토리가 다른 거죠.

작품을 해석할 때 악보에만 집중하나요? 다른 연주를 참고하는 편인가요?

악보를 우선시하지만 다른 연주도 참고하는 편이에요. 다 동의하진 않더라도, 들으면서 배우는 지점은 분명 있어요. 제가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알려주기도 하니까요. 곡 해석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작곡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요. 여기에 제 경험과 감정을 함께 담아서 저만의 연주를 하는 거죠.

다른 사람의 연주를 무의식적으로 따라서 할 때가 있나요?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 때도 있겠죠. 사람이니까요, 또한, 사람이 다르니까 결국 음악이 똑같이 나오질 않아요. 심지어 의식적으로 따라 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질 않거든요.

타인의 연주에 영향을 받더라도 내 호흡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유럽 현지에서 언어를 비롯한 생활 양식에서 얻는 영감이 있나요?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확실히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한 국가 안에서도 도시마다 감성이 달라요. 작곡 당시에 거주했던 지역에서 얻는 영감은 있어요.

고전과 현대 음악을 해석할 때 접근 방식이 다른가요?

고전 작품은 수많은 연주를 통해서 기본 언어가 정제되어 있어요. 이미 구축된 틀 안에서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죠. 반면 현대 음악은 작곡가와 직접 소통을 하든, 내가 혼자서 구축하든 작품 의도를 독립적으로 파악해야 하죠.

작품마다 정해진 연주법이 있어요. 고전과 현대에서 쓰는 연주법이 달라서, 풀어가는 과정도 차이가 나요.

고전 레퍼토리를 하실 때 그 시대 연주법을 구현하려는 편인가요?

작곡 당시의 연주법까지 살려서 구현하는 편이에요.

한국과 독일은 음악 세계가 달랐어요. 독일에 와서 공부하면서 연주에서 시대성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고민이 많아졌어요.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등 작곡가마다 어떤 어법을 지녔는지 현지에서 많이 배웠어요.

시기별로 작품이 다르게 보이나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각이 자꾸 바뀌어요.

연주자가 연륜이 생기면서 나오는 음악의 깊이는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젊었을 때 연주보다 낫다는 건 아니에요. 시기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것일 뿐이에요. 음악에 정답은 없어요.

음악인으로 바라는 모습은 있나요?

원래 저 자신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는 지점이 생기고 있어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하죠.

모든 삶에서 심지가 견고한 사람이 되길 원해요. 어떤 유혹이나 방해에서 굴하지 않고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아서 계속해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리사이틀 이후 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번 리사이틀을 마치고 바로 거주지인 독일로 가요.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노부스 콰르텟 공연이 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12월 21일에 포스코 효자아트홀 무대에 올라요. 첼리스트 박유신, 피아니스트 임동혁, KBS교향악단과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해요. 또한, 계속해서 작은 연주가 이어져요.

다만 1월에는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에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