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데뷔 앨범 [김다미:드보르작]을 내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첫 데뷔 앨범을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작업해서 좋았어요. 짧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서 앨범 녹음을 마무리해서 다행이죠. 물론 제 연주에 아쉬운 점도 있어요. 특히 마스터링 작업에서 다시 들었을 때 그런 부분이 잘 보였거든요.

공연과 녹음은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공연에서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음량을 비롯해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균형에 신경써야 해요. 반면 녹음 과정에서는 마이크를 여러 곳에 설치해서 모든 소리를 잘 담아낼 수 있죠. 또한, 후작업으로 전체적으로 알맞게 소리를 조정할 수 있어요.

녹음할 때는 전달력보다 표현력에 비중을 두고 연주할 수 있나요?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다만 사전에 이런 부분을 조언해줄 사람이 없었어요. 실제 녹음된 연주를 들으면서 깨달은 부분이에요. 아마 다음 녹음 기회가 있으면 지금보다는 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요. (웃음)

곡 해석에서 공연과 앨범의 차이가 있었나요?

앨범은 평생에 남는 정제된 결과물이잖아요. 특히 첫 앨범이기 때문에 학구적인 자세로 접근을 했어요. 훗날 원로 연주자가 된 제가 다시 이 앨범을 듣는다면 ‘막 서른을 넘긴 김다미는 치기 어린 부분만 있지 않았구나’ 조금은 대견하게 여길 수 있게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학구적으로 임했다면, 평소에는 다른 방식으로 작품에 접근하나요?

평소에 연주회를 앞두고 작품을 공부하긴 하지만, 학구적으로 막 파고만 들지 않아요. 악보를 기준으로 제 감정을 본능적으로 풀어가는 쪽에 익숙하죠. 이를테면 아름다운 부분이 나왔을 때, 제가 그 느낌에 어울리는 감정을 연주로 표현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죠.

곡에 대한 접근방식을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을 두고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작품 전체를 보면 기교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요. 이런 지점에선 감정을 우선하기보다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집중해요. 그렇지만 곡 중간중간 아름다운 악상이 있으면 거기에 제 감정을 대입하죠.

일단 제 감정에 어울리는 비브라토와 활 속도를 포함한 운궁법을 머릿속으로 그려본 다음에, 실제 연습을 거듭하면서 최적화를 시켜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다미안 이오리오가 표현 방식에 대해서는 제 의사를 따랐어요. 다만 짧은 시간을 고려해서 오케스트라와 호흡이 잘 맞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셨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앨범 녹음 시간이 오케스트라와 홀 대관 일정상 딱 8시간만 주어졌거든요. 이를 고려해서 지휘자가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언을 해줬어요. 전체 음량 균형은 덜 고민해도 되니 주로 템포와 타이밍에 관한 말씀을 해주셨죠.

이를테면 제가 1악장 특정 부분에서 타이밍을 늦게 넘겨주면 직후에 오케스트라 템포를 따라가기 어렵다거나, 3악장에서 템포를 너무 빨리 잡으면 오케스트라가 단기간에 받아주기 어렵다거나 하는 부분이요. 다만 내일 공연에선 녹음과 달리 제가 원하는 대로 효과적인 연출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오케스트라 피치를 442Hz로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표현 방식은 제 의사를 따랐지만, 오케스트라 피치까지 선택할 권한은 없었어요. 다만 슬로박 필하모닉이 제가 선호하는 442Hz를 기준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저와 잘 맞았죠.

유년 시절에 저를 가르쳐주신 양해엽 교수님이 프랑스에서 공부하셨던 분이세요. 유럽에선 대부분 442Hz를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저도 어릴 때부터 여기에 익숙해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의 첫 출판 악보를 구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은 여러 악보가 있어요. 또한,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특정 연주를 기준으로 클리셰를 반복하기도 하죠. 그래서 작곡가의 의도를 명확히 담아내고 싶었고, 이 곡을 공부하는 다른 연주자에게도 레퍼런스가 될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맨 처음에 발간한 악보부터 구해서 봤습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악보에 충실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오케스트라에게 넘겨주는 마지막 음을 처리할 때도 쉼표를 정확히 지키려고 한 것인가요?

마지막 음을 처리하는 방식은 바이올리니스트마다 버릇이기도 하고 개성이기도 해요. 특히 지적하신 부분(216마디)는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길게 처리를 할거에요. 개인적으로 너무 길게 늘이는 걸 선호하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악보를 기반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케스트라에 넘겨주는 식으로 연주했어요.

기자간담회 때 “녹음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아서 아쉬움이 큰 작품이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앨범을 들어보니까 로망스에서 그런 인상을 줍니다. 실제로 그런가요?

로망스를 녹음할 때는 사고가 더 잦았어요. 특히 녹음 과정에서 오케스트라 마디 수가 없어서 치명적이기도 했고요.

“마디수가 없어졌다”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녹음 과정에서 세션마다 오케스트라의 마디가 어디서부터 어디인지 표기해요. 그래야 빠르게 확인하고 편집할 때도 유리하니까요.

정말로 로망스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녹음 과정에서 어려움을 다 고려하면, 그래도 곡이 잘 나온 편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수록곡인 유모레스크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직접 편곡을 하신 건가요?

네, 녹음 직전에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했어요. 요요마와 이자크 펄만이 함께한 유모레스크를 참고했어요. 여기서 다소 치장으로 쓰인 화성을 빼고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 반주에 알맞게 바꿨어요.

이번에 편곡하신 유모레스크는 이별가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의도하신 건가요?

영화 <암살>에서 독립운동가가 배 위에서 유모레스크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연주를 참고했다기보다는, 그때 곡에서 받은 슬픔 느낌이 자연스럽게 이번 연주에도 나오게 된 것이겠죠.

비브라토를 비롯한 표현 방식에서도 고민을 했어요. 이를테면 노년의 연주자가 하는 듯한 느낌을 담으려고 한 것도 있어요. (웃음)

지난번에 박사 논문은 쓰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학기를 마치면 ‘감다미 박사’로 부를 수 있을까요?

논문은 썼는데 렉쳐 리사이틀이 남았어요. 원래는 이번 학기에 마무리되는 게 맞아요. 다만 이번에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학교 일정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졌어요. 아마 한 학기를 더 다니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 같아요.

대학원 동료들은 연주보다 학업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제 삶에서 1순위는 언제나 연주에요.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동안에 연주 활동이 줄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내년에 학업과정이 끝나면 콘서트 연주자로서 활동을 넓히실 계획인가요?

그렇게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죠. (웃음)

사실 대학원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좋은 기회가 꽤 있었어요. 학업을 마무리하면 적극적으로 무대에 오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첫 정식 앨범에서 슈만을 다룰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다음 앨범을 하게 된다면 어떤 레퍼토리로 구상하실 건가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막연하게 생각한다면 슈만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슈만 작품을 주제로 함께 듀오 공연을 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씨와 작업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요. (웃음)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