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2017 통영국제음악제서 연주한 바이올린을 소개해주세요.
순회공연 ‘뮤직 프롬 평창’에 안드레아 과르네리(1683)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바이올린은 수영아트트레이드에서 후원받았고, 순회공연을 마무리하면 반납니다. 다음 공연까지 다른 바이올린을 대여할지, 제 바이올린으로 연습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2017 통영국제음악제 /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과거에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다니니로 연주하셨습니다. 바이올린을 계속 바꿔가며 연주하나요?
말씀하신 대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다니니로 연주한 시기도 있습니다. 악기 대여 기간은 후원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이번 순회공연처럼 짧게 대여하는 경우도 있고, 1년, 3년 단위로 사용한 적도 있어요.
한 악기로 오래 연주하는 것과 여러 악기를 거치는 일에는 차이가 있죠?
어렸을 적엔 제 악기가 없었어요. 악기 社에서 대여를 해주거나,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악기를 쓰고 반납하기를 반복했죠. 다양한 악기를 써오면서 악기 적응하는 면에서는 꽤 노련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제 아이덴티티와 색이 다른 악기를 만나면 여전히 힘듭니다.
대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2012년 말부터 한동안 후원 없이 활동했습니다. 다시 후원받은 작년 말까지는 제 악기를 써야 했죠.
제 악기를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솔로이스트가 쓰기 저렴한 수천 만원대 바이올린입니다. 이 바이올린으로 낭만이나 고전 곡을 연주하면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들으면 명기라 불리는 악기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좋은 홀에서 연주할 때는 소리에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명기라 불리는 올드 악기가 소리가 다릅니까?
오래된 악기일수록 소리가 명확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점이 다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이를테면 악기 특색에 따라 제 장점을 부각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어요. 쉽게 말해 연주자와 악기의 궁합이 잘 맞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연주자는 현대 악기로 무대에 오르기 어렵다는 반면, 현대 악기로 활동하는 분도 계십니다. 현대 악기도 고려해보셨나요?
저희 언니(신아라, 서울시향 부악장)도 현대 악기를 씁니다.
요즘 연주자 사이에서 현대 악기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오늘 주문해도 2~3년 기다리는 경우도 다반사죠. 현대 악기는 복불복이란 말이 있습니다. 좋은 소리가 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발생하죠. 현대 악기는 주문 시점에서 운도 따라야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 신지아 제공
바이올린 연주에 실력과 악기의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콩쿠르 참가한 시절에는 실력과 악기의 비중이 5:5였습니다. 콩쿠르 이후에 제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 잡혀가면서 악기와 활 비중이 80% 이상 중요해졌죠. 다양한 악기를 경험하면서 악기의 중요성을 더 체감했습니다.
과거 연주에서는 열정과 힘이 느껴졌었는데, 언젠가부터 따뜻한 톤으로 다가옵니다. 악기 영향인가요? 
악기의 영향도 없지 않아요. 부상으로 3년간 대여한 악기는 비올라처럼 소리가 두껍고, 그다음에 쓴 악기는 소리가 얇았습니다.
더불어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지닌 힘 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부드러움을 찾아냈습니다. 연주자로서 다른 캐릭터를 찾아낸 거죠.
공연 중에 유독 활 털이 날리고 줄이 끊어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습니다. 활과 현도 후원받나요?
악기 후원받아도 활과 현의 유지비는 연주자가 부담합니다.
오늘만 해도 활 털이 많이 끊어져서 2주 만에 교체했습니다. 현도 자주 갈고요.
악기 대여 업체에서 특별히 당부하는 관리법은 있나요?
악기가 상할까 봐 어깨 받힘 착용도 원치 않는 곳이 있습니다. 악기에 맞는 특정 활을 쓰길 권하는 경우도 있고요. 마찬가지로 현도 악기에 잘 맞는 걸 추천해서 그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동안 해외 활동이 뜸합니다. 이유가 있나요?
작년에 ‘더 콘서트(KBS1)’를 1년간 진행했어요. 매주 녹화를 해야 하니까, 요청이 와도 거절한 해외 일정이 꽤 있습니다. 이제 방송도 마무리했으니 활동을 넓혀야죠.
아무래도 한국에 기반을 두고 연주 활동을 하니까,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보다 현지 접촉 기회가 적은 점은 있습니다.
장르에 구분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하십니다. 클래식 애호가 중에는 이런 점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은 특정 장르가 아닌 감동이 중요합니다. 클래식을 넘어 활동하면서 음악적으로 배우고 느끼는 부분이 있어요. 반드시 클래식만 하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음악을 경험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100세까지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입니다. 그날까지 제 연주가 사람들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콩쿠르 입상 이후 몇 년이 커리어 쌓을 큰 기회라고 생각한 신지아 씨의 팬이 많습니다. 
어느 길을 택해도 장단점은 있겠죠. 다른 연주자가 클래식을 고집하는 동안에 저는 다른 경험도 하잖아요.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제가 겪은 시간을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 경험을 더 좋은 연주로 체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콩쿠르 준비할 적에 연습량 많기로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연습하나요?
현악기는 연습을 많이 해야합니다. 만 번을 해도 무대에 올라가서 틀릴 수 있어요. 특히 콩쿠르에서는 실수 없는 연주를 해야 하니까 연습 강도가 높았습니다.
이제는 악보만 보고 연주하기보다는, 음악에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자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자연 감상을 하면서 느낀 지점이, 제 음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음악관이 달라진 계기가 있나요?
3살부터 바이올린을 켰습니다. 사춘기를 겪지 않을 정도로 매년 콩쿠르에 매달렸죠. 제게는 연주가 밥 먹고 자는 일처럼 당연한 일상이었거든요.
20대 후반 무렵에 내 삶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연주자의 삶은 고독과 어려움이 늘 공존하는 일인데, 과연 내가 이 길을 걸으며 평생 행복할 수 있을까? 음악을 내려놓을까 생각도 했으니까요.
음악을 그만둘까 고민할 정도로 힘든 점은 무엇이죠?
지금도 클래식 음악이 어렵습니다. 곡 하나를 파기에도 쉽지 않아요. 백번 천번을 연습해도 음악이 계속 바뀝니다. 이런 어려움도 겪었지만, 감정적인 부분이 저를 더 힘들게 하더군요.
저는 밝고 활달한 면이 강한 사람입니다. 무거운 곡을 파고들면 저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어둡게 지내곤 했습니다. 저 자신을 너무 죽이며 사는 거 아닌가, 의문이 드는 가운데 다양한 음악을 접한 것이죠. 이 경험을 통해 클래식의 소중함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여러 면에서 전보다 더 노련해질 수 있었습니다.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연주자에게도 음악이 어렵다니 의외입니다. 
테크닉은 연습할수록 해결됩니다. 연주에 감정을 담는 일이 어려워요. 그 과정이 정신으로 버티기 때문이죠.
연습할 때 생각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때도 있고 생각을 버릴 때도 있어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릅니다. 너무 생각이 많아지면 오히려 더 무너지기도 하거든요.
제 노하우는 연주 당일에 곡에 맞게 생활 리듬을 조절합니다. 차분한 곡을 연주할 때면 그날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활동하죠.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여름에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비루투오소 vs 비루투오소(Virtuoso vs. Virtuoso)’에서 무대에 오릅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글라주노프 곡은 언니(신아라)와 함께 할 예정입니다. 7월 28일 세종문화회관 기획공연인 ‘비루투오소 vs 비루투오소’에서 비올리스트 이화윤 씨, 피아니스트 한지오 씨와 함께 솔로부터 트리오까지 합니다.
11월 11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도 있습니다. 작년에 공연한 베토벤 곡들이 반응이 좋아서 이 공연에서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