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올해 체코 독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체코의 현악 4중주 팀인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Janacek String Quartet)’은 오는 4월 1일 창원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대전을 포함한 순회공연을 연다. 이번 순회공연을 앞두고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팀명에서 드러나듯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체코의 작곡가 ‘레오시 야나첵(Leoš Janáček, 1854-1928)’과 관련이 깊다. 레오시 야나첵은 1919년에 음악인 발굴을 목적으로 브르노 콘서바토리를 설립한다. 1947년에 브르노 콘서바토리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모여 ‘자무(JAMU) 스트링 콰르텟’을 결성한다. 이들은 야나첵의 음악을 주요 레퍼토리로 삼았고 그 해석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그 결과 창단 2년 만에 학교 설립자이자 체코 대표 작곡가인 야나첵의 이름을 팀명에 쓸 수 있도록 허가받는다.

학생 연주단에서 시작한 야냐첵 스트링 콰르텟은 현재까지 팀을 유지하고 있다. 70년 넘는 팀 역사에서 원년 멤버는 모두 은퇴하고 그 자리를 새 멤버가 계승하는 식으로 꾸려왔다. 현재 팀은 밀로스 바첵(제1바이올린), 리차드 쿠르지크(제2바이올린), 얀 레즈니체크(비올라), 브레티슬라브 비비랄(첼로)이 이끌고 있다.

맴버 교체가 이뤄져도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의 음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모두 원년 멤버의 수제자입니다. 아마도 사제 간의 음악적인 성향이나 방향성이 같기 때문에 팀의 음악적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팀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작곡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과 ‘자의적인 해석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입을 모았다. 이 두 가지가 잘 맞물려 이뤄질 때 자신들의 음악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전통성을 고수하는 것이 우리 팀의 음악적 색깔입니다.”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작곡가 야나첵의 작품을 악보부터 문헌 정보까지 함께 참고해서 연구한다고 알려졌다. 그의 작품을 다룰 때 시기별로 다른 지점이 있냐고 묻자, 그들은 “작곡가 야나첵의 후기 작품은 인생의 연륜이 묻어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더 성숙한 시기인 셈이죠.”라고 답했다.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 멤버끼리 어떻게 아이디어를 조율하는지 궁금했다. 음악적 이견으로 불편할 때가 있냐는 물음에는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오랫동안 함께 연습해왔습니다. 식당에서 메뉴 가지고 다투는 일은 있어도 음악적 이견으로 마찰이 생기진 않습니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들은 “음악적 기반을 잘 갖춰 놓으면, 말하지 않아도 어디서 어떻게 연주할지 잘 압니다.”라고 이어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체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는지 묻자,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체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라서 특정 작풍을 떠나서 체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작곡가 위주로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단 서울 공연에서는 체코 출신이 아닌 모차르트의 작품도 다룬다.

야나첵스트링콰르텟 / 프로아트테이먼트 제공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했다. 유럽과 한국의 공연장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음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했다. “대체로 한국 공연장은 최근에 지어졌기 때문에 음향 과학에 기초해서 설계되었습니다. 반면 유럽의 전통 홀은 오랜 목재에서 나오는 울림이 좋죠.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 할 수 없어요. 음향적인 성향이 다르다고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한국 공연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클래식은 팝, 재즈, 크로스 오버 등 모든 장르의 기반이 되는 음악입니다. 이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즐길 수 있는 한국 청중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