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Q. 피아노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피아노는 곧 제 열정입니다. 피아노 연주는 제일 잘하는 일이자 진실로 저 자신을 드러내는 유일한 방식입니다. 평생 배움의 대상이자 가장 큰 도전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일을 정말로 즐기고 있습니다.

Q. 선호하는 피아노 브랜드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특정 피아노 브랜드는 없습니다.

요즘은 소수의 제작사는 연주자가 만족할 만한 피아노를 생산하곤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아노라면 연주할 때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피아노는 브랜드를 떠나서 연주 장소에 잘 맞춘 상태여야 합니다. 피아노의 울림이 홀과 잘 맞았을 때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습니다.

Q. 음악적 아이디어를 어떻게 조율합니까?

새롭게 악보를 배우는 것을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감정을 자유롭게 실어서 연주하는 걸 익히는 과정이라고요. 머리부터 손까지 곡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본능적으로 어떻게 연주를 해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음악을 많이 듣기도 했지만, 작곡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갖췄습니다. 해석에 관해서는 제 직감을 신뢰하고 있죠. 더불어 가장 잘 된 해석 하나를 찾는다는 자세보다는, 매번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걸 선호합니다.

Q. 피아노 음량을 높이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언젠가 동료는 “강한 타건을 위해서는 먼저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과 같습니다. 피아노가 큰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모른다면 그렇게 칠 수도 없을 겁니다. 반면 당신이 그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다면 다시 그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겠죠.

피아노는 타악기입니다. 피아노 소리는 액션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접근과 더불어 음향학적인 이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Q. 특별히 추구하는 피아노 음색이 있습니까?

관객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또 공연에선 자유롭게 연주하고자 합니다. 같은 음을 칠 때도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Q. 유럽에는 오래된 어쿠스틱 홀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는 현대식 콘서트홀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궁극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좋은 어쿠스틱 홀이란 악기 소리가 잘 울리는 곳이죠. 물론 현대식 홀은 투자자가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씁니다. 훌륭한 건축가와 좋은 음향 엔지니어가 연구해서 소리도 아름답고 외관까지 멋진 홀을 구현하니까요.

다만 오래된 홀과 비교했을 때 음악적 ‘유산’에서 차이가 있죠. 모스크바 음악원의 볼쇼이 홀에서는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가 연주를 했습니다.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가 섰던 무대에서 오는 큰 감흥이 있습니다.

Q.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추천하는 교육 방법은 있나요?

젊은 연주자가 위대한 예술가로 발전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볼 때는 주로 기교와 표현에서 높은 수준이 요구됩니다. 기교는 일정 수준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서 기교를 익고자 하는 동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늡니다.

반면 표현을 터득하기는 훨씬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표현을 위해서는 일상과 음악을 결부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건축물이나 멋진 경관을 통해서 영감이 오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거나 고통을 겪으면서 감정이 솟기도 하죠. 이러한 경험을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요즘 피아노 연습을 몇 시간 합니까? 연습 이외의 시간에 보통 무엇을 합니까?

연습 시간은 레퍼토리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본래 천성이 게으른 사람입니다. 가능한 한 조금만 연습하려고 하죠.

요즘은 연습 시간 외에는 주로 운동합니다. 일주일에 25km 이상 달리며 웨이트 트레이닝도 합니다. 겨울에는 스키를 즐겨 탑니다. 그렇지 않을 때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고, 아이들에게 스키나 수영을 가르치면서 보냅니다.

더불어 저는 운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기차를 타지 않습니다. 언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합니다. 언젠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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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가오는 공연에서 “The Etudes From 3 Composers”라는 부제가 있습니다. 왜 에튀드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나요?

에튀드의 흥미로운 점은 특정 악기로 연습하기 위해 작곡됐다는 것이죠. 그래서 작곡가가 그 악기의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에튀드 곡들은 연습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연주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난이도가 굉장히 어려울뿐더러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게 만드는 작품들입니다.

Q. 연주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처음으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리허설을 진행했을 때입니다. 당시에 ‘할레 오케스트라(Hallé Orchestra)’와 함께 했죠. 호른으로 시작하는 그 오프닝을 잊을 수 없습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앨범을 발매합니다. 계속해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할 예정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드보르작 7번 교향곡을 처음으로 지휘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는 피아노 리사이틀이나 협주곡을 새로 배워갈 수도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프레디 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