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전기 바이올린은 언제부터 시작했습니까?

제 15번째 생일에 어머니께서 전기 바이올린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잡지에서 전기 바이올린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에도 제가 록을 좋아해서, 전기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보고 싶었어요.

전기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을 때 이질감이 들었나요?

클래식 바이올린을 하고 있었으니까, 왠지 해볼 만하단 생각은 있었습니다. 전기 바이올린을 잡았을 때 예상대로 클래식 바이올린과 비슷했어요.

학교에서 전기 바이올린을 반대하진 않았나요?

줄리아드 학풍은 엄격했지만, 다행히 제가 대학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를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5현 전기 바이올린 켜는 것이 클래식 악기 다루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학교에서 허용해줬습니다.

전기 바이올린을 시작하기 전에 클래식 바이올린을 배우는 편이 좋은가요?

클래식 바이올린으로 기초 테크닉을 익히는 편이 좋습니다. 전기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면 쉽지 않습니다. 제 경우에도 클래식 바이올린으로 기초를 다지며 음악적 사고(musical mind)를 길렀기 때문에, 전기 바이올린도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 전공인데 왜 다른 음악을 연주하셨나요?

10대부터 얼터너티브 록을 좋아했습니다. 너바나, 펄 잼이 우리 세대 음악이거든요. 전기 바이올린으로 바이올린 곡을 연주해야겠단 생각보다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전기 바이올린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주했습니다.

한국에 온 계기는?

줄리아드 졸업을 앞두고 ‘카페 와(Cafe Wha?)’에서 연주했어요. 카페 와는 지미 헨드릭스와 밥 딜런이 연주한 클럽입니다. 저도 이 클럽에서 전기 바이올린으로 연주했고, 이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매니저께서 보셨죠. 이렇게 인연이 닿아서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와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제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다들 전기 바이올린을 생소하게 여겼죠. 전 세계에서도 바네사 메이 말고는 전기 바이올린을 다루는 유명 연주자가 없었으니까요. 딱 20년이 지난 요즘은 한국에도 전기 바이올린 연주자가 꽤 늘었습니다.

요즘 국내 전자 바이올리니스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전기 바이올린을 클래식처럼 연주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전기 바이올린으로 더 흥을 낼 수 있는데도 악보대로 연주하니까 아쉬운 점은 있죠. 즉흥적인 면을 살리면 더 즐거운 음악이 되지 않을까요.

현재 유진 박 씨께서 쓰시는 전기 바이올린은 스트랩톤 스컬 5현 모델이죠?

예, 맞아요.

연주용 클래식 바이올린은 수천에서 수십억을 호가해서 전공자는 물론 솔로 연주자 활동을 하시는 분에게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반면 유진 박 씨께서 쓰시는 전자 바이올린 가격은 300만 원 조금 넘습니다. 이 모델로 연주 활동이 가능한가요?

스트랩톤 전기 바이올린은 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4줄부터 6줄까지 다양한 전기 바이올린을 사용해왔습니다. 악기가 망가지고 다시 사기를 반복했죠. 이것저것 많이 써봤지만 현재 사용 중인 모델에 만족합니다.

전기 바이올린은 클래식 바이올린에 비해 무겁죠?

아주 조금요. 지금 제가 쓰는 바이올린은 전기 바이올린 중에서도 가벼운 편입니다.

현은 어떤 제품을 쓰시나요?

바이올린 현 그대로 씁니다.

5현 바이올린은 C3 현이 추가된 거죠?

네, 맞습니다.

5현이면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섞인 형태 아닌가요?

네, 바로 그 점이 좋습니다. 대학 때도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연주를 병행했거든요.

이점이 있습니까?

아무래도 5현이면 조금 더 낮은 음역까지 확장하니까 유리한 점도 있고, 기타 연주법을 활용할 때도 유용합니다.

전기 바이올린은 클래식 바이올린보다 다양한 주법을 활용할 수 있죠?

꼭 그렇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대체로 전기 바이올린이 여러 주법을 활용하기에는 유리합니다.

전기 바이올린이라 더 과격하게 연주하는 건가요?

젊었을 때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연주했습니다. 현도 금방 나가고 무대 위에서 활 털을 날리곤 했죠. 이제는 악기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잘 관리해서 이 바이올린과 오래 연주하고 싶어요.

유진 박 씨 즉흥 연주는 재즈 느낌이 많이 묻어납니다. 재즈는 어떻게 익히셨나요?

줄리아드 다닐 때 어머니께서 저를 재즈 클럽에 데리고 다니셨어요. 블루 노트 같은 뉴욕의 유명 재즈클럽에 가서 종종 배웠어요. 저 역시도 인간극장에서 에스더 양에게 짧게 지도했잖아요. 이런 기회를 활용하면 재즈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유진 박 대학시절(17세) 클럽 공연 / 유튜브(Village Underground)

어떤 장르를 좋아하십니까?

60년대 재즈와 블루스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에릭 클립튼, 비틀스 등 그 시대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록도 좋아합니다. 최근에 홍대에 FF클럽을 몇 번 가봤는데,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느낌이 나서 좋았습니다.

더 익히고 싶은 음악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블루스 느낌(bluesy) 묻어나는 연주가 좋아요. 더 좋은 소리 내기 위해서 연습을 계속할 겁니다.

전기 바이올린 입문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서 즐겁게 연주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컨트리 음악을 장난하듯 연주했는데, 이렇게 익혀온 것들이 결국 제 음악이 되었죠.

전기 바이올린 연주는 독학할 수 있나요?

혼자서는 쉽지 않습니다. 날씨 좋은 날엔 거리공연 팀이 있을 겁니다. 거리공연 팀과 함께 연주해보세요. 이런 경험이 많아야 좋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음악 전공생을 비롯해 젊은 연주자들 실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속주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반주를 잘하고, 스타일도 다양합니다. 저 역시 여러 연주자와 교류를 하면서 음악을 더 배워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지금까지 제 음악을 사랑해주신 팬들께 감사합니다.

한국에 왔을 때 정말 즐거웠어요. 소니 레코드와 계약하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하고, 마이클 잭슨과 함께 무대에 섰었죠.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도 했고요. 지나온 20년 못지않게 앞으로도 즐겁게 음악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전기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