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더 스트링스(thestrings.kr)에 실림

 

현재 어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나요?

‘몬타나냐(Dominicus Montagnana 1740)’로 연주합니다. 금호악기은행에서 2년째 후원받고 있어요.

몬타나냐는 어떤 음색을 지녔나요?

원래 악기가 지닌 소리는 밝은 편에 가까운데, 제가 어두워지게 했죠. (웃음)

개인적으로 깊은 음색을 선호해서, 이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주했어요.

몬타나냐를 처음 썼을 당시와 지금은 소리가 많이 다른가요?

몬타나냐의 첫인상은 소리가 크게 트이지 않는 악기였어요. 제 손을 거친 악기들과 비교했을 때 음량이 작아서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죠. 다행히 이제는 다른 악기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소리가 잘 나옵니다.

몬타나냐 (Dominicus Montagnana 1740). ⓒ 이상권


바이올린 소리를 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연습과 더불어 큰 무대에서 연주를 계속해야 합니다. 소리가 먹히는 부분은 계속 자극을 주면서 연주를 하고, 악기의 성질을 파악하고 익숙해져야죠.

결국, 바이올린 연주는 저와 악기가 함께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여러 악기를 거치셨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름값만큼 소리가 좋던가요?

처음 몬타나냐를 썼을 땐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그리웠어요. (웃음)

몬타나냐로 5달 이상 연주하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전에 썼던 악기보다 소리가 명료하게 잘 들린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도 계세요.

악기 적응력이 좋은 연주자로 알려졌습니다. 노하우가 있나요?

한 악기를 오래 써온 연주자는 새 악기를 들이는 과정에서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개인 악기가 없었습니다. 여러 악기를 거치며 연주를 해왔기 때문에 악기의 단점이 느껴져도 무디게 반응하고, 또 여유를 지니고 대처하는 편입니다. 원하는 만큼 소리 잘 트이게 연습에 집중해요.

바이올린 현은 어떤 제품을 쓰나요?

제 손을 거친 첫 번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에바피라찌 골드 현과 궁합이 잘 맞아서 이 제품을 썼어요. 그렇지만 두 번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쓸 당시에는 연주 일정이 더 늘어나면서 현이 2주를 못 견디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현 내구성 문제로 (수명이 긴) 도미넌트 현으로 교체했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잘 나왔습니다. 특히 A, D 현 소리내기가 편했어요. 그때부터 E 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도미넌트 현을 쓰고 있습니다.

E 현은 어떤 제품을 쓰시나요?

예전부터 E 현은 렌즈너 제품을 씁니다. 연주할 때 음 이탈 위험성도 적고 소리도 잘 나옵니다.

활은 어떻게 사용하나요?

제 바이올린 케이스에 연습용 활과 연주용 활이 함께 들어 있어요. 연습용 활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왔습니다. 연주용 활은 양해엽 교수님께 17년째 빌려 쓰고 있는데, 몇 달 전에 새 활을 주문했어요. 2년 반이 지나면 제 연주용 활이 생깁니다.

새로 주문한 활은 어떤 제작자의 제품인가요?

제작자 ‘롤란드 베노아(Roland Benoit)’의 제품입니다.

양해엽 교수님의 연주용 활을 오래 써와서 손에 맞습니다. 주문할 때도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현대 악기도 고려한 적이 있나요?

현대 악기는 경제성까지 고려하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개인 악기를 마련할 상황이 되면, 현대 악기도 고려할 겁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 Jun-Yong Lee

이제 음악과 활동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스스로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무난한 성격을 강점으로 꼽습니다. 감정적으로 예민하면 연주 생활이 힘듭니다.

물론 저 역시 어릴 적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기도 했고,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무대에 오르는 일에 감사함을 깨달았습니다. 연주자로서 좋은 레퍼토리를 익혀서 관객들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한국엔 특히 80년대 후반에 출생한 좋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많습니다. 솔리스트만 하시는 분도 계시고, 오케스트라, 교직 등 진로를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솔로 활동만 하실 예정인가요?

저 역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오케스트라 역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요, 또 교직의 가능성 역시 원천적으로 배제한 건 아닙니다. 현재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무대 횟수가 줄어든 이유가 대학원과 관련 있나요?

매주 학교에 나가야 할뿐더러, 한 학기에 두 번 이상 빠질 수 없어요. 학기 중에는 좋은 기회가 있어도 무대에 오르는 일에 제약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원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있고, 또 이 길이 제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현재 상황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원 전공은 음악이론인가요?

뮤직 퍼포먼스입니다. 하지만 음악학, 음악사 등 이론 비중도 만만치 않습니다. 관련 수업도 듣고 논문도 써야 하고요.

새로운 곡을 익히실 때 문헌 정보를 많이 참고하는 편인가요?

우선 좋은 판본의 악보를 구해서 그 자체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악보에 적힌 정보를 정확히 인지한 다음엔 본능적으로 음악을 익혀나갔어요.

요즘은 이론적인 시각으로 곡을 연구하는 일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예전보다 다양한 관점으로 음악을 대하는 것 같아요.

피아노와 합주를 할 때는 어느 악보부터 보시는 편입니까?

피아노 악보부터 먼저 익힌 다음에 제 파트인 바이올린 악보를 읽습니다.

피아니스트 이효주 씨와 듀오를 자주 합니다. 솔리스트인 두 분이 함께 활동하는 건 소속사가 같아서인가요?

처음엔 같은 기획사라서 함께 무대에 오른 건 맞아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함께 하는 건 효주 언니와 잘 맞아서죠.

효주 언니는 솔리스트면서 실내악 경험이 풍부합니다. 현재 언니는 ‘트리오 제이드’ 활동을 하시고, 유학 시절에도 실내악 무대에 오른 적이 많아요. 흔한 말로 ‘치고 빠지기’가 되어야 듀오 무대에서 합이 잘 맞는데, 언니처럼 실내악 경험이 풍부한 연주자가 이 부분에 강점이 있습니다.

두 분 다 솔리스트신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나요?

우리는 의견을 강하게 고집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상대방 의견이 음악적으로 더 괜찮다고 여겨지면 그 방향으로 이견을 조율합니다. 이런 점이 잘 맞아서 효주 언니와는 자연스럽게 친분도 생기고 사적으로 연락을 지속하고 있죠.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스승인 ‘미리암 프리드(Miriam Fried)’를 닮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어떤 면을 본받고 싶은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프리드 선생님은 성공한 솔리스트이자 교육자입니다. 음악가로서 개척한 삶도 본받고 싶지만, 한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프리드 선생님은 제게 연주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특히 무대에서 긴장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 다독여주시고, 이 과정을 거쳐 음악가로서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셨죠.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 목프로덕션 제공


앞으로 연주자로서 바라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지금 이 순간이 제가 어릴 때 그리던 모습입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음악으로 교감하는 일 자체가 행복해요. 한 달에 몇 번 더 스케줄을 소화하고 이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서 무엇을 더 달성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계속해서 음악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